[내수 진작책 뭐가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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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6일 내수진작 방안 마련을 지시한 것은 미국과 일본의 경기 회복 지연과 반도체 경기의 침체 지속으로 국내 경기의 회복도 늦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달 초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이 내수를 살리는 쪽이기는 하지만 미흡하다는 생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펼 수 있는 정책은 세금을 깎아주거나 재정자금을 동원하는 일이다.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고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도 금융보다 재정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이미 나온 내수진작책 =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을 짜면서 산업생산과 수출.설비투자 등이 나쁜 데 비해 그래도 내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점에 주목했다. 이같은 내수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 서비스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13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선 추가로 공기업의 설비투자 계획을 가능한 한 앞당겨 시행토록 하고, 연기금이 부동산 간접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치기로 했다.

정부는 이에 앞서 주택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내년 6월까지 새로 지은 집을 사면 5년 동안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기업의 설비투자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투자금액의 10%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시행 기간을 6개월 연장했다.

◇ 추가로 나올 만한 정책 = 우선 콜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시의성 있는 통화정책을 강조했는데, 문제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세금을 깎는 것이다. 정부는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여 세금을 더 거둘 생각을 하고 있다. 대신 법인세나 근로소득세 등을 낮춰 개인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이것도 전체 세수(稅收)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세금 징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추가경정예산을 한번 더 짜는 방법도 있다.

정부는 이미 5조5백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고, 국회 통과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추경을 더 편성한다는 것은 세계잉여금 외에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돈을 조달해 시중에 푼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통합재정수지 관리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의 1% 미만 적자로 잡았다. 2차 추경을 한다면 그만큼 재정적자가 늘어나게 된다. 예컨대 5조원을 추가로 풀 경우 재정적자는 GDP의 2%로 늘어난다.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공적자금의 이자 등을 감안하면 무작정 재정지출을 늘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일부에선 지금 재정자금을 풀어 내수를 살리려 들다가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내년에 월드컵, 아시안게임, 대통령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이 이어지며 돈이 풀릴텐데 지금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다가 내년에 물가가 크게 오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송상훈 기자 mod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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