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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셀 도쿠멘타의 여걸’세계 미술계 1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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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왼쪽부터 캐럴린 크리스토프 바카기예프, 래리 가고시언, 아이웨이웨이.

카셀 도쿠멘타를 성공적으로 이끈 총감독이자 여성인 캐럴린 크리스토프 바카기예프(55)가 올해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인물에 뽑혔다. 영국 미술전문지 ‘아트 리뷰’는 100위까지의 명단을 선정해 18일 발표했다.

 11년째 발표되는 이 명단에서 여성이 1위에 오른 건 처음이다. 1위가 유명 미술가나 거물급 화상(畵商)이 아니라는 것도 의외의 결과다. 2004년과 2010년 1위였던 세계적 화상 래리 가고시언(67)은 올해 2위, 지난해 1위였던 중국 반체제 미술가 아이웨이웨이(55)는 3위에 올랐다.

 1위 크리스토프 바카기예프는 미술 전문가들에게나 알려졌던 이탈리아-불가리아계 미국인 큐레이터다. 미술사가 출신인 그는 독일 중부 카셀에서 5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쿠멘타의 올해 총감독을 맡았다. 공원, 미술관, 화랑, 영화관, 기차역 등 도시 곳곳에서 고대 유물, 현대 미술품, 과학자들의 연구성과까지 전시품으로 총동원해 미술전시를 역사와 지성의 담론 무대로 확장시켰다. 6월 초부터 100일간 열린 이 전시에는 지난회보다 11만 명이 늘어난 86만 관객이 몰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트 리뷰’ 편집장이자 선정 위원회를 이끄는 마크 래폴트는 “대부분 위원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화상들을 1위에 추천했지만 크리스토프 바카기예프의 글로벌한 스케일과 야심찬 기획이 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극찬했다. 그는 “선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미술을 현실 세계에 얼마나 접근시키는지”라며 “기념비적 규모와 세계적 관심뿐 아니라 미술 역시 예술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스위스의 화상 이안 워스와 미국의 화랑주 데이비드 즈위너가 각각 4·5위를 차지했다. 독일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지난해 11위에서 올해 6위가 됐다. 그의 그림은 이달 12일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생존 미술가로는 최고 기록인 2132만 파운드(약 380억원)까지 값이 치솟았다.

 카타르 국왕의 딸이자 카타르 미술관 기구의 수장인 셰이크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공주도 지난해 90위에서 11위로 껑충 뛰었다. 그는 지난해 말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2억5000만 달러(2900억원)에 구입하는 등 서양 미술품을 공격적으로 사들여왔다. 카타르 국립미술관(장 누벨 설계) 건립을 위해서다.

 반(反) 푸틴 공연을 벌였던 러시아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은 올해 처음 순위에 진입해 57위에 꼽혔다. 표현의 자유를 부각시킨 공로다. 슬로베니아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65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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