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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프로야구 PO] 롯데 뒷심 뒤엔 양승호 뚝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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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프로 감독 2년차인 양승호 롯데 감독이 단기전에서 과감한 용병술과 믿음의 야구로 롯데의 포스트시즌 악몽을 지워내고 있다. 양 감독이 지난 5일 문학 SK전에 앞서 활짝 웃고 있다. [인천=김진경 기자]

이제는 ‘양승호의 롯데’다. 양승호(52) 감독이 이끄는 롯데가 포스트시즌에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강팀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롯데는 17일 SK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1-4로 뒤진 7회 초 3득점하며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0회 초 정훈의 밀어내기로 5-4 역전승을 거뒀다. 롯데는 올해 포스트시즌(준PO 3승1패, PO 1승1패)에서 거둔 4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따냈다. 롯데는 한 번 흔들리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팀이었다. 그러나 올가을 롯데는 달라졌다.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기어코 경기를 뒤집는다.

 달라진 롯데의 원동력은 ‘양떼야구’로 불리는 강력한 불펜진에 있다. 롯데는 올 시즌 정대현과 김성배의 영입, 최대성의 전역 복귀 등으로 불펜진이 양과 질에서 좋아졌다. 그 결과 팽팽한 승부에서 무너지지 않았고, ‘지키는 야구’를 할 수 있었다. 양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우리는 선발이 약하기 때문에 인해전술을 펼칠 것이다. 불펜 싸움으로 몰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예상은 적중했다. 롯데 불펜진은 2차전에서 무실점으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롯데의 강해진 뒷심 속에는 ‘믿음과 인내’가 자리하고 있다. 양 감독은 지난해 부임 후 전임 로이스터 감독의 색깔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로이스터식 야구는 화끈한 공격에만 치중했고, 수비와 작전 등 세밀한 면이 부족했다. 롯데가 단기전에 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선수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지난 시즌 초반 성적이 곤두박질했다.

 그러자 양 감독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 뒤 점진적인 변화를 택해 정규리그 2위라는 성과를 얻었다. 양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했던 조성환(36)과 전준우(26)를 끝까지 믿고 기용했다. PO 2차전에서 조성환은 대타로 나와 4-4를 만드는 동점타를 터뜨렸고, 전준우는 4타수 4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양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수비 보강과 작전 수행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팀 실책 1위라는 불명예를 벗어던졌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준PO 1차전을 제외하고 큰 실책 없이 탄탄한 수비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적절한 시점에서 희생번트와 도루, 대타 기용 등 다양한 작전으로 상대의 허를 노린다. 단순했던 롯데가 세밀하고 과감해지고 있다.

 롯데는 PO를 앞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로부터 열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끈질긴 모습을 보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차전을 앞둔 양 감독은 “경기 후반까지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다”며 “물론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껏 해온 대로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부산=유병민 기자

양승호의 말말말

“앞으로 롯데를 이끌어 갈 선수다.”

2012년 10월 17일=포스트시즌에서 부진한 전준우를 계속 선발 출장시키는 이유에 대해.

“단기전에서는 선수를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배웠다.”

2012년 10월 15일=포스트시즌 같은 때는 선수들이 긴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작전을 내면 편하게 느낄 수 있다며.

“(조성환의 선발 출전은) 고민하지 않는 부분이다.”

2012년 10월 9일=준PO 1차전에서 실책 2개를 기록한 조성환을 2차전에 또 기용한 것에 대해 경험이 많은 선수라 살아날 것이라며.

“치지 말고 기다려라.”

2012년 10월 8일=단기전이고 니퍼트가 유인구를 많이 던지는 스타일이라며.

“우린 4위다. 져도 아무런 타격이 없다. 하나씩 깨는 재미로 올라가자.”

포스트시즌 시작 전=선수단 미팅에서 자신감을 실어주기 위해.

“이젠 감독이라고 권위를 내세우는 시대는 가지 않았나요?”

2011년 10월 23일=강력한 카리스마가 아닌 선수들과 소통하고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며.

“호구였던 것 맞다.”

2011년 9월 1일=롯데가 2위로 올라서자 시즌 초반 부진으로 생겼던 ‘양승호구’라는 별명을 떠올리며.

“또다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라고 나를 부른 것은 아닐 것이다.”

2010년 가을 취임 기자회견=전임 로이스터 감독이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실패한 것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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