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보직변경 선수 맹활약

중앙일보

입력

"특정 포지션은 없다. 팀이 필요하면 어디서든 뛴다."

순위 경쟁이 날로 치열해 지고 있는 프로축구 2001 POSCO K-리그에서 팀의 사정때문에 보직을 변경한 선수들이 새 위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한 이기부(부산 아이콘스), 최전방공격수에서 미드필더로 내려온 최태욱(안양 LG), 부동의 왼쪽 날개에서 수비수로 자리잡은 하석주(포항 스틸러스)가 주인공들. 특히 이기부와 최태욱은 팀내 주전들이 잇따라 부상하거나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해 감독이 고육지책으로 보직을 바꾼 케이스다.

프로 3년차인 이기부의 경우 아주대 시절까지 스트라이커를 맡았지만 발목을 다친 뒤 프로에서는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에 머물렀다.

그러나 부산의 장신 스트라이커 우성용의 부상과 마니치의 경고 누적으로 인한 결장으로 벌써 3경기째 주전 공격수로 뛰었고 15일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재치있는 오버래핑으로 문전을 돌파한 뒤 골까지 터뜨려 코칭 스태프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또한 최태욱은 총알같은 스피드를 갖췄지만 173㎝, 65㎏의 왜소한 체격 탓에 후반에 주로 교체 투입돼 최전방에서 한방을 노리는 스타일이었지만 이번 시즌에 들어와 왼쪽 미드필더에 기용되면서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 공격수를 괴롭히고 있다.

시즌 초반 플레이메이커 안드레 등 주전 미드필더들이 잇따라 다쳐 선수 기용에 고심하던 조광래 안양 감독이 미드필더 수를 늘려 주도권을 장악하자는 의도로 최태욱의 위치를 끌어 내린 것이 성공한 셈이다.

이와 함께 돌아온 왼발의 달인 하석주도 왼쪽 날개에서 수비수로 변신,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수비진을 안정시켜 올 시즌 포항 돌풍에 한 몫을 했다.

비록 예전의 빠른 측면 돌파를 볼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녹슬지 않은 그의 왼발은 프리킥 등 세트플레이에서 여전히 빛을 발해 3선의 공격수로 상대에게 위협을 주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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