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올해도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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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럽 유로에 대한 미국 달러 값이 지난해 무려 15%나 곤두박질쳤다.

3년 전 유로 출범 이래 유로에 대한 달러의 연말 가치가 연초 가치에 비해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유로에 대해서뿐이 아니다.

지난해 달러 값은 전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평균 9.6%(무역 교역량에 따라 가중평균한 상대가치 기준)나 떨어지는 등 국제 중심통화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일 1면에 달러 값 하락의 원인과 전망에 대한 기획기사에서 "달러화의 약세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왜 떨어지나=지난해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가 그 이유다. 유로가 출범하기 전까지 달러는 비록 미국경제가 다소 위축되더라도 국제 중심통화 및 위험 회피용 자산으로 높은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력한 유럽 경제권이 출범한 뒤엔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외국 자본이 미국 침체시 갈 곳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 미국 경제에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유럽권은 독일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건실한 모습을 보였다.

자연히 미국의 금융상품에 몰렸던 외국 자본이 유럽시장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라크와의 전쟁, 북한 핵문제 등 지정학적인 문제도 달러 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두 위기 모두에 미국이 깊숙히 개입돼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거대투자가들이 달러를 팔고 유로나 금, 스위스 프랑 등 보다 '안전한 피난처'로 옮겨타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얼마나 떨어지나=향후 달러 값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미국 골드먼 삭스는 올해 달러화 가치가 지난해에 비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일 골드먼 삭스의 올해 외환시장 전망자료에 따르면 달러 값은 올해 말 전년말 대비 7.3% 하락한 1유로당 1.12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연구기관인 미 모건스탠리 딘위터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스티븐 로치는 미 달러 값이 장기적으로 유로에 대해 최소 30% 이상 낮아져 멀지않은 장래에 유로가 국제 중심통화의 역할을 물려받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반면 최근의 달러 급락세가 조만간 반등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도 있다.

뉴욕 소재 시티뱅크의 T J 마르타 수석 외환분석가는 "최근 달러 값 하락은 지나치다"고 지적하며 "보통 연말이면 달러의 대 유로 가치가 하락해 이듬해 1월 초까지 그 추세가 이어지다가 곧 회복세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달러 값은 조만간 단기적으로 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 미칠 영향은=달러 값이 떨어지고 미국경제가 악순환을 반복하면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럽권 등 상대적으로 통화가치가 높아지는 경제권이 대미 악영향을 상쇄시켜줄 것이다. 문제는 미국 경제권과 그밖의 경제권에 대한 한국의 의존도에 달렸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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