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사고의 비결,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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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작가 유귀훈씨는 “꾸준히 메모하는 습관만으로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1:19와 0:18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기록작가 유귀훈씨의 질문이다. 질문에 대한 답은 ‘한국과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현황’이다. 한국은 김대중 전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을 제외하면 노벨상 수상 기록이 없다. 반면, 일본의 경우 노벨평화상 한명과 학문 관련 노벨상 수상자가 18명에 달한다. 유씨는 이 같은 격차의 원인을 기록문화의 부재로 꼽았다. 그는 “기업의 역사를 정리하고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는 기록작가의 특성상 일본인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다”며 “일본인들의 기록문화에 대한 국민의식이 이같은 차이를 가져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집필을 위해 만난 일본인들은 언제나 수첩과 각종 자료를 가방 한가득 담아왔다. 유씨가 질문을 하면 기록을 찾아보며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주고 혹시 오류가 있지 않은지 꼼꼼히 살폈다.

 “전세계 200년이상 된 장수기업의 53% 이상이 일본기업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 또한 기록문화가 바탕이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후대를 위해 무엇을 남기는 일은 민족의 전통성을 유지하고 인류의 삶을 한층 풍요롭게 하는데 이바지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순간적인 메모 모아 기록으로 탈바꿈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에서 상당수의 부분을 기록하며 생활하고 있다. 일기를 쓴다거나 수첩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등의 일 역시 기록의 하나다. 하지만, 유씨가 말하는 기록은 조금 다르다. 그는 “메모와 기록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메모는 순간적이고 단편적인 기억의 조각일 뿐”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하루의 일과를 그때그때 적어두면 이것은 메모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메모를 모아 하나의 글로 연결 시키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 적는다면 새로운 기록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창의적 사고 역시, 기록에 있다. 그는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한다”며 “기존의 것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완성 시키는 것은 모든 기록의 하나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아이폰도 결국 메모에 불과한 기존의 기술에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를 담아 완성시킨 기록 작품이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메모하는 습관과 이를 토대로 생각을 확장 시키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놀이처럼 즐기며 기록하는 습관 길러

 그렇다면 창의적 사고를 돕는 기록은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기록하는 습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어려서부터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지하철 안과 같이 시간과 장소를 정해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기록이라고 해서 그 날 있었던 모든 일을 완벽하게 적을 필요는 없다. 본인에게 필요한 내용을 선별해 적는 기준도 필요하다. 기록은 종류별로 나눠 쓰는 것이 효율적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나 하고 싶은 일 등을 항목별로 분류해 정리하는 것이다. 메모가 습관화 된 경우라도 활용하지 못하고 쌓아두면 종이뭉치에 그치게 된다. 그는 “일주일 혹은 한달에 한번 정도는 정리하는 시간을 갖자”며 “버릴 것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담아보라는 의미다. 이런 과정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사고의 확장이 피어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록은 메모하는 습관에서 시작된다. 부모욕심으로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아이에게 기록의 기적을 기대한다면 기록 자체를 하나의 놀이로 생각해 재미를 불어넣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의 성장과정을 찍은 사진이나 체험보고서, 일기 등을 꾸준히 모아온 경우라면 재밌게 기록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사진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어보거나 일기를 정리하면서 당시와 달라진 상황이나 생각을 글로 담아 문집을 만들어보세요. 또, 개인의 연표를 정리하는 등의 활동은 아이에게 스스로 주변의 모든 일을 기록하고 남기는 즐거움을 알게 해 기록하는 습관에 도움을 줄수 있습니다.”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컬러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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