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뚱뚱 또는 빼빼 … 한국인 몸매 점점 양극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키 1m65cm, 몸무게 100kg인 회사원 이모(38)씨는 비대한 몸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거동이 힘들고 코골이까지 심해져 편히 잘 수도 없다. 이씨는 “중학교 때부터 라면·햄버거를 너무 좋아해 살이 찌기 시작했다”며 “이젠 빼고 싶어도 안 빠진다”고 호소했다. 최근 병원을 찾은 이씨는 위와 소장 사이에 음식 통로를 별도로 만들어 음식 흡수를 제한하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

 대학원생 박모(27·여)씨는 식사 때면 스마트폰을 꺼내 음식 칼로리를 계산하고는 정해놓은 선을 절대 넘지 않는다. 매일 운동도 한다. 44㎏인 현재 체중을 유지하고 싶어서다. 키가 1m57cm인 그는 바짝 마른 체형이다. 박씨는 “주변에서 말랐다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나는 지금 상태가 좋아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형이 점점 양극화되고 있다. 대체로 체중관리가 잘 되고 있지만 너무 뚱뚱한 고도(高度)비만 환자와 많이 마른 저(低)체중 여성은 증가하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국인의 체중변화’에 따르면 1998~2010년 국내 성인의 비만율(체질량지수 25kg/㎡ 이상인 인구 비율)은 30~31%대를 유지했다. 조사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했다. 비만율 추이 자체로는 큰 변화가 없다.

 문제는 고도비만과 저체중 비중이다. 체질량 지수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가 12년 새 두 배 가까이(2.4%→4.2%) 증가한 것이다.

 특히 20~30대에서 체질량지수 35 이상인 초고도비만 환자가 급증했다. 98년만 해도 20대의 초고도비만율은 0.17%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1.63%로 10배가량 증가했다. 30대도 0.18%에서 1%로 높아졌다. 동국대 일산병원 오상우(가정의학과) 교수는 “20~30대는 어려서부터 햄버거와 피자 같은 서구 음식에 맛을 들인 세대”라며 “소아·청소년기 때부터 체중 관리를 잘해야 성인 고도비만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 값싼 라면이나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은 저소득층일수록 초고도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날씬한 몸매를 선호해 다이어트를 많이 하는 20대 여성은 6명 중 1명(17.8%)이 저체중(체질량 지수 18.5 이하)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8년엔 이 비율이 12.4%였다. 30대 저체중 여성(8.3%)도 12년 새 두 배 늘었다. 저체중인 여성은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높고 영양불균형에 빠질 수 있어 비만 못지않게 사망 위험이 높다.

 오상우 교수는 “전체적으로 비만율이 안정됐더라도 체형이 양극화된다면 국민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진 셈”이라며 “비만·저체중 환자가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지원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제3회 비만 예방의 날(11일)을 맞아 일주일간 전국 보건소 등에서 비만 측정·진단과 생활습관 상담 서비스를 실시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