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집이야기] '카우치 인 뉴욕'·'패션 인 마인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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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것을 현실과 다른 생활을 꿈꾸는 행위라고 한다면, 영화 속의 주인공이 또 다른 생활을 꿈꾸는 것을 보는 것은 마치 꿈 속의 꿈과 같은 느낌을 준다.

'카우치 인 뉴욕' 과 '패션 인 마인드' 는 현실도피적인 주인공들이 또 다른 생활을 꿈꾸면서 생기는 이야기가 줄거리로, 두 영화 모두 미국과 프랑스의 도시와 시골마을 집들이 함께 구경거리다.

'카우치 인 뉴욕' 은 뉴욕의 성공한 정신과의사가 환자들로부터 시달리는 생활에서 도피하고 싶어, 신문광고를 통해 파리에 있는 아파트와 뉴욕의 아파트를 교환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뉴욕의 정신과의사 헨리의 아파트는 아주 호화롭다.

아파트 입구에는 주민의 개인사정까지 일일이 챙겨주는 도어맨이 있다. 폭이 넓은 거실 유리창의 블라인드는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전자동식이다. 벽과 똑같은 형태의 침실문도 리모컨으로 여닫는다.

의자와 같이 생긴 체중계는 앉으면 몸무게의 변화를 음성으로 말해준다. 모든 것이 자동일 뿐 아니라 정돈된 상태도 거의 완벽하다. 키우는 개조차 집안을 어지르는 일 없이 한구석에서 잠만 잔다.

한편 집을 맞바꾼 베아트리스의 파리 아파트는 아주 낡은 빌딩에 위치해 있고, 마룻바닥도 삐걱거리고 세면기와 변기는 고장이 나서 물이 샌다.

게다가 이웃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모두 들려 수시로 서로 참견을 한다. 그런데도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한 정돈에 길들여진 헨리를 엉성하고 실수투성이의 베아트리스가 인간적으로 감화시키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한편 '패션 인 마인드' 는 마티라는 여자주인공이 두 가지 생활을 모두 현실로 느끼면서 생기는 일을 줄거리로 삼았다.

장자의 나비의 꿈을 연상시키는 이야기는 어느 쪽이 현실인 지 보는 사람도 끝까지 혼란스럽다. 영화에서 한 쪽 배경은 뉴욕이고, 다른 한 쪽은 프랑스의 시골마을이다. 깔끔하게 처리된 도시의 영상미와 시골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즐길 만하다.

누가 어느 쪽 생활을 꿈꾸든 사람들이 주거환경에 대해 가진 욕망을 도시와 전원, 주택이란 배경을 통해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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