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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내비게이션’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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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어린이·노인 등이 복잡한 골목길에서도 쉽게 집과 목적지를 찾게 돕는 ‘보행자 내비게이션’이 국내 처음으로 개발됐다.

 국토해양부 국가공간정보센터는 7일 서울대 공대의 유기윤(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인도(人道)를 중심으로 횡단보도·육교·지하도 정보 등을 자세히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제작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재송 국가공간정보센터장은 “그동안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큰 도로의 중앙선을 중심으로 길 안내를 해 보행자가 이용하기엔 불편했다”고 말했다.

 보행자 내비게이션은 스마트폰을 통해 앱으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일단 내년 2월까지 서울시 관악구에서 일부 휴대전화 사용자를 대상으로 시험 서비스를 한 뒤 서울과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사용법도 쉽다. 휴대전화 앱에서 지번·도로명 주소를 검색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거나, 지도 위에서 직접 목적지를 클릭하면 인도 중심의 길 안내 정보가 표시된다.

 유기윤 교수는 “다음·네이버와 미국 구글 등 포털사이트도 보행자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상세한 정보가 들어간 ‘고정밀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앞서 구축한 지리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연구팀이 ‘보행자 전용 지도망’ 제작에 성공한 게 내비게이션 상용화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보통 ‘차량용’ 내비게이션 구축 시 현장조사 등을 포함해 초기 비용으로 100억원이 소요되는데 ‘보행자용’은 정밀도가 높아 돈이 더 들어 민간업체가 개발하기 쉽지 않다. 유 교수팀은 국토지리정보원이 매년 제작·배포하는 수치 지도(경위도 등 좌표가 표시된 일반 지도)와 항공사진 등을 결합하는 기술을 개발해 보행자 전용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현장 실측 등의 수작업이 필요 없어 구축비용은 10% 줄이고, 유지·보수비도 95% 이상 절약돼 경제성이 높다.

 이에 대해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상무는 “구글은 외국에서 장애인에게 턱 높은 보도블록을 피하라고 안내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며 “그러나 한국에선 보행자·장애인용 내비게이션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의 컴퓨터 서버는 외국에 있는데, 한국 법이 국내 지도 데이터의 반출을 금지해 이에 근거한 서비스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위성사진과 달리 내비게이션 서비스엔 수치 지도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 유 교수팀의 보행자 내비게이션은 10~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디지털 국토 엑스포’ 전시장에서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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