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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과학은 대화에서 시작한다” 이렇게 읽으니 양자역학도 쉽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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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즐거운 물리학  ‘과학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고 했다. 과학은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왔다. 특히 물리학은 물체의 운동, 열과 빛 에너지, 우주의 구조 등 세상의 궁금증을 파헤쳐왔다. 누구나 어렵게만 생각하는 물리학, 소설보다 재미있는 신간 『얽힘의 시대』 를 골랐다. 미래를 열어가는 창이 되는 책이다. 

얽힘의 시대
루이자 길더 지음
노태복 옮김, 부키
728쪽, 2만5000원

“이 놀라운 불가사의 앞에 요즘 난 매번 생각이 바뀌어.” (닐스 보어) “나도 알아. 음 알고 말고.”(아르놀트 좀머펠트)

 현대물리학의 혁명을 몰고온 양자론의 앞날을 놓고 미래의 두 거두가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놓고 대화에 열중하고 있었다. 1923년, 이 자리에 또 다른 미래의 거장이 있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요즘 내가 그렇다니까? 양자론과 씨름하다가 기분전환용으로 상대성원리를 뒤적여.”

 소름이 돋는다. 천재들의 머리 속을 들여다보는 느낌 때문이다. 『얽힘』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대화체인데, 좀 궁금하다. 이게 사실일까. 맞다. 이들 사이의 사적인 편지, 훗날 회고록 그리고 논문을 재구성했는데, 대단한 솜씨이다.

 현대물리학을 잘 모르신다고. 다음 몇 줄이면 끝난다. 상대성원리는 20세기 과학혁명의 핵심. 시간 따로, 공간 따로가 아니라는 것인데, 직후 등장한 양자물리학이 그걸 재확인했다. 빛은 파동·입자의 두 얼굴을 가졌으며, 그 내부는 빈 공간일 뿐 고정된 실체가 없다. 하이젠베르크의 유명한 불확정성 이론이 이때 등장한다. 그럼 있는 건 무엇인가. 그저 얽힘(entanglement)만이 있다.

 부제는 ‘대화로 재구성한 20세기 양자물리학의 역사’다. 지적 호기심을 가진 이에게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한다. 하이젠베르크의 다음 말이 절묘하다. “과학은 실험에 의존하긴 한다. 하지만 과학의 뿌리는 대화에 있다.” 철두철미 대화로 된 이 책은 쉽게 읽는 물리학 그 이상이다.

 짜릿한 충족은 물론 좀 분하다. “그 동안 속아왔다”는 생각 때문이다. 저자의 지적대로 교과서는 모든 걸 한 줄로 매끈하게 다듬어 내놓는데 선수이다. 그게 큰 병이다. 매끈한 한 줄(명제)로 정리되기 전 과학자를 스쳐간 번개, 그 무엇, 진실의 순간을 담지 않았기 탓이다.

 그런데 왜 물리학이 중요할까. 저자에 따르면 물리학은 ‘결코 끝나지 않을 인류의 탐구영역’이다. 특히 현대물리학은 고전물리학과 너무 다르지 않은가. 대중과학서로 요즘 진화생물학 책이 압도적이지만, 물리학도 흥미롭다. 명저술인 조지 가모프의 『물리학을 뒤흔든 30년』과 함께 읽어도 좋으리라.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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