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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법 따라야” 문·안 내곡동 협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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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청와대가 민주통합당에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별검사 재추천을 요구하자 민주 당과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한목소리로 청와대를 비판했다. 청와대는 3일 민주당이 추천한 김형태·이광범 변호사에 대해 재추천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임명을 거부했었다.

 4일 광주를 방문한 안 후보는 기자들이 “청와대의 내곡동 특검 재추천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대통령도 국회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대통령도 법을 지켜야 한다”며 “법에 따라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 2명 중 1명을 지명하는 것이 국민 대다수가 갖는 상식적 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특검 문제에 대해선 민주당과 안 후보 측이 공조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안 후보보다 수위를 더 높여 특검 수용을 압박했다. 문재인 대선 후보는 이날 “5일까지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대통령으로서 특검법을 위반하는 것이자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며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진성준 캠프 대변인이 전했다. 박용진 당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법치주의를 강조해 왔다”며 “대통령은 법을 무시해도 좋다는 것이 과연 박 후보의 법치주의에 부합하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코드특검’을 하려 한다”며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간) 협의가 원만하게 되지 않을 때 야당은 날치기라고 반발해 왔다”며 “여야가 다시 합의해 원만한 결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일방적 특검후보 추천은 여야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민주당은 대한민국 특검을 ‘선거용 특검’으로 전락시킨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이제 와서 여야 합의로 추천하지 않았다는 절차상 문제로 특검 추천을 거부하는 것은 잘못됐다”(홍준표 전 대표)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우린 (재추천을) 기다릴 뿐”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특검을 놓고 민주당과 안 후보 간에 공조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 대통령이 특검 임명 시한인 5일까지 기다린다고 민주당이 특검을 재추천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럴 경우를 두고 청와대 내부적으론 “정치적 역풍을 생각하면 둘 중 한 명을 임명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주장과 “정치적 공세임이 분명하니 시한을 넘기더라도 요구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법조계에선 이 대통령이 5일까지 두 명 중 한 명을 특검에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이 수사에 나설 경우 공정성 시비가 클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정태원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특검법에 추천권자가 민주당으로 명시돼 있는 이상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BBK특검에 참여했던 설현천(41) 변호사는 “대한변협 회장이나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게 했던 건 이런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다”며 “이번 특검은 편파성 논란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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