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악성 민원전화’ 범죄라는 인식 심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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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어제 서울시가 ‘120 다산콜센터’에 전화해 상습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퍼부은 민원인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상담원들에게 무차별적인 전화 폭력을 행사해온 이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제 악성 민원에 온정적이었던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을 때가 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에 고소한 민원인들은 특정 상담원과 지속적으로 통화하며 폭언을 내뱉거나 상습적인 허위 신고로 상담 업무를 방해한 이들이다. 이 중엔 2년2개월간 1651차례에 걸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화를 걸어 욕설을 일삼은 이도 있다고 한다. 지난 6월 악성 민원인에 대한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는 서울시는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처음으로 고소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악성 민원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법적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120 다산콜센터는 서울시와 구청의 각종 안내번호를 통합한 민원처리 시스템으로 2007년 설립 후 빠르고 친절한 접수·해결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상담원들은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폭언과 협박에 노출돼야 했다. 이런 악성 민원 전화가 올 상반기에만 1만3716건에 달했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상당수 상담원들은 “공포와 불안감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라며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악성 민원은 선량한 시민들에게서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인력과 예산이 쓸데없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감정 노동을 하는 상담원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미국 등에선 민원 전화라도 상습적인 폭력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즉시 법적 조치에 들어간다. 114 번호 안내 상담원들에게 폭언이나 성희롱 발언을 하는 경우도 다르지 않다. 114 서비스를 운영하는 ktis는 이미 ‘악성고객 3 아웃’ 고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고소를 계기로 자신의 욕구 불만을 애꿎은 상담원들에게 풀다가는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인식을 분명하게 심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