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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저축은행 부실, 상시적 구조조정으로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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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대규모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저축은행의 부실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세 차례의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저축은행 20곳이 퇴출됐지만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의 건강 상태가 아직도 불안하다는 얘기다. 지난 6월 말 현재 영업 중인 저축은행 93곳 가운데 43곳이 적자를 면치 못했고, 이 가운데 10곳은 자기자본을 완전히 까먹은 상태라고 한다. 올해는 어떻게 버티더라도 내년 초에는 이 중 2~3개의 저축은행이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그만큼 저축은행의 영업환경이 엄혹하고, 부실 상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사실 현재 영업 중인 저축은행들이 직면하고 있는 부실 위험은 이미 퇴출된 저축은행들이 안고 있었던 문제점과 전혀 다를 게 없다. 고금리로 끌어들인 돈을 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쓸어넣었다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돈을 떼이거나 이자를 못 받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이 바뀐 게 없으니 그동안 퇴출을 면했다고 해서 완전히 살아났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자연적으로 건설경기가 살아나거나 정부가 인위적으로 건설경기를 부추기지 않는 한 저축은행의 부실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은 부실 조짐이 보이는 저축은행을 조기에 가려내 신속하게 부실을 털어내도록 하는 것이다. 종전처럼 지역 여론과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부실 정리의 시기를 놓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부실한 저축은행의 퇴출을 미루고 목숨만 연명하는 식으로는 저축은행의 부실 문제를 풀 수 없다. 자칫하면 부산저축은행 사태처럼 예금자와 투자자의 피해만 키울 뿐이다.

 그러자면 우선 저축은행들의 경영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은 저축은행들이 그동안의 어설픈 은행 놀음에서 벗어나 진정한 서민 금융기관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힘겨운 과정이다. 상시적이고 철저한 구조조정이 저축은행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