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독도 양보하고 우정의 섬으로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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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사히 신문의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57) 논설주간이 27일 기명 칼럼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기)를 한국에 양보하고 우정의 섬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국의 영유권을 인정하되 '우정의 섬'으로 이름 붙이고 일본의 어업권도 보장받자는 게 제안의 핵심이다. 스스로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하긴 했지만 일본의 독도 포기론이 공개리에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한국에서는 "독도에 대한 배타적 지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경계론도 있다.

1982년 교과서 파동 때 한국에서 1년간 유학했던 와카미야 주간은 한.일 우호관계를 중시해 온 아사히 신문의 대표적 지한파 논객으로 꼽힌다. <중앙일보 3월 21일자 33면> 95년엔 사설에서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론을 최초로 제기하기도 했다. 다음은 칼럼 내용 요약.

"일본은 주변국과 마찰만 안고 있다. 중국과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센카쿠 열도와 배타적 경제수역 마찰이 있다. 영토 분쟁은 북방 4개 섬(쿠릴 열도 남쪽 섬)을 러시아에 빼앗긴 채 교섭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거기에다 다케시마가 있다. 여기저기 '전선'이 넓다.

다케시마를 일.한 양국의 공동 관리로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한국이 응해 줄 것이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한 걸음 나아가 섬을 양보해 버리면 어떨까 하고 꿈 같은 생각을 한다.

그 대신 한국은 이 같은 영단을 높이 평가하고 섬을 '우정의 섬'으로 부른다. 한국은 주변 어업권을 미래에도 계속 일본에 인정한다고 약속하고 다른 영토 문제에서는 일본을 전면 지지한다. 이러면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도 한꺼번에 정리되고 일.한 연계에 탄력이 붙는다. 섬을 포기하자고 말하니 '국적(國賊)'이란 비판이 눈앞에 떠오른다. 하지만 아무리 위세 등등해도 전쟁을 할 수 없고 섬을 돌려받으리란 가능성도 없다. 다케시마는 원래 어업 이외엔 가치가 거의 없는 무인도다. 원주민이 반환을 애타게 희망하는 북방 4개 섬이나 전략적 가치가 높은 센카쿠 열도와는 다르다.

곧 '합방 100주년'을 맞는다. 여기서 깜짝 놀랄 만한 도량을 보여 손해를 봄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정책은 없는 것일까. 아니, (일본은) 그런 묘책을 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그래서 이것은 몽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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