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새 '스타 워스' 계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미국 공군이 우주 공간에 방어 및 공격용 무기를 배치하는 '스타 워스' 계획을 수립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보다 강력한 국가 안보를 위해 마련된 이 최첨단 무기 계획은 그러나 우주 공간에서의 군비 경쟁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미국 안팎에서 큰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 계획이 과거 미 정부 입장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며, 적국은 물론 우방의 반대에도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 '우주 전쟁' 시대 열리나=미 공군은 우주에서 군사적 우위를 차지할 목적으로 지난 수년간 이 프로젝트에 이미 수십억 달러를 투입했다. 이 계획은 우주에서 적의 미사일 공격 등을 미리 감지하고 이를 차단키 위한 군사적 조치를 바로 취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주 프로젝트의 골자는 네 가지다. 하나는 전투 우주선에 장착한 비행체로 적의 지상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이다. 지구상의 어떤 목표도 45분 안에 파괴한다는 것이 미 공군의 구상이다. 최대 450㎏의 무기를 실을 수 있는 이 비행체는 적의 지하 벙커까지 부술 수 있다.

둘째는 우주상에서 텅스텐이나 티타늄 등으로 만들어진 막대를 초고속으로 적의 목표물에 내리꽂는 작전이다. 낙하하면서 가속도를 얻으면 최대 시속이 1만1520㎞에 이른다. 이 정도면 작은 핵폭탄의 위력과 맞먹는다.

그 다음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레이저 공격이다. 지상에서 쏘아올린 레이저 광선을 인공위성에 부착된 거울에 반사시켜 목표물을 파괴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전파를 열무기로 바꾸는 전략이다. 지상에서 쏜 전파를 인공위성을 거쳐 무기화한다는 점에서 레이저 공격과 비슷한 개념이다.

◆ 과거 전략과는 완전히 다르다=미 공군은 이 계획이 머지않아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우주 무기 계획은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골자로 했던 1996년 빌 클린턴 정부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당시 미국은 무기 통제와 핵확산 금지를 위해 우주에 정찰 위성을 띄우는 계획을 주내용으로 하는 우주 정책을 발표했다.

뉴욕 타임스 보도에 대해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우주 정책을 재검토하는 작업이 진행 중임을 확인하면서도 우주 공간에 무기를 배치할 계획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2001년 임명 직후부터 우주에 무기를 배치하는 구상에 집착해 왔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 실행까지는 산 넘어 산=이 프로젝트는 아직은 개념 단계다. 실행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은 가장 현실적인 장애물이다. 미 공군은 구체적인 비용을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적어도 2000억 달러, 많으면 1조 달러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 한 발을 쏘는 데 60만 달러가 드는 데 비해 레이저 광선을 우주에 발사하는 데는 1억 달러가 든다는 분석도 있다. 첨단기술 시대이지만 이 구상을 차질없이 실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제적 비난과 반발도 만만찮은 걸림돌이다. 이미 러시아.중국은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도 우주 공간의 군사화에 대해서는 같은 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민주당도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 러시아·중국 즉각 반발

미국의 새 우주 정책에 러시아와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예르마코프 워싱턴 주재 러시아 참사관은 17일 열린 우주 무기 관련 회의에서 "러시아는 외교 채널을 통해 우주 무기를 배치하지 말라고 미국에 촉구하고 있다"며 "만일 미국이 전투용 무기를 우주에 갖다 놓으면 러시아도 실력행사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18일 파이낸셜 타임스(FT)와 가진 회견에서도 "러시아는 이번 사태를 외교적으로 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대응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처럼 우주에 무기를 배치할 수 있는 기술수준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외교부의 쿵취안(孔泉) 대변인도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주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재산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인류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며 "따라서 우리는 우주 공간을 군사화하는데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쿵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법 제정 등의 조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