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라운지] 대사 부인? 직업 모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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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비아 리구엘메 데 곤살레스 주한 파라과이 대사 부인이 옷맵시를 자랑하고 있다.

"서로 다른 옷을 입고 모이니까 뜻밖에 더 친근하고 따뜻한 분위기예요. 처음엔 준비를 어떻게 하나 막막했는데 오늘 와보니 정말 멋진 축제가 될 것 같네요."(율리아 가이어 독일대사 부인)

18일 오후 서울 운니동 삼성래미안 문화관 3층. 형형색색의 41개국 민속 의상을 차려 입은 여성들이 모인 3층 홀은 '아담한 지구촌'이었다. 주한 외국 대사 부인들이 이곳에서 여는 첫 민속 의상 패션쇼 '퍼레이드 오브 네이션스'(20일 오후 6시)의 마지막 리허설 현장이다. 직접 모델로 나선 대사 부인들의 무대 출연 순서는 나라 이름 알파벳 순. 과테말라.코스타리카 등 라틴 아메리카와 가봉.남아프리카공화국.가나 등 아프리카 지역 대사 부인들은 전통음악 리듬에 맞춰 춤추며 무대로 걸어나와 박수를 받았다. '인형 같은' 꼬마 모델도 눈길을 끌었다. 실비아 리구엘메 데 곤살레스 파라과이 대사 부인은 어린 두 딸과, 동화 속 소녀처럼 알자스 지방의 전통의상을 입은 데스쿠에트 프랑스 대사 부인은 딸(6).아들(4)과 함께 나와 박수를 받았다. 대사 부인은 아니지만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다는 안나 조다르는 스페인 대표로 무대에 섰다. 일곱 살 딸 에바와 함께 안달루시아 의상을 입고 플라멩코 춤을 선보인 그는 "민속 의상 패션쇼에 나간다는 얘기를 들은 시어머니가 스페인에서 빨간 드레스와 귀걸이.머리장식을 보내주셨다"고 말했다. '패션의 나라' 이탈리아 대표로 나선 주한 이탈리아 영사 겸 부대사 부인 미리암 데 리유는 늘씬한 몸매를 강조한 섹시한 의상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시칠리아 지방 전통의상을 현대적으로 살린 드레스"라고 설명하며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 말렐라 페레라가 이 행사를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인도는 "28개 지역마다 다른 의상을 보여주려면 한명으론 부족하다"며 6명의 모델이 화려한 의상을 뽐냈다.


▶주한 외국대사 부인들이 민속 의상 자선 패션쇼(20일)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위해 18일 오후 서울 운니동 삼성래미안 문화관 3층에 모였다. 김경빈 기자

주한 대사 부인 40여 명은 문화 홍보와 자선쇼를 겸한 이번 행사를 5개월 동안 준비해 왔다. 패션쇼뿐 아니라 각국 전통음식 맛보기, 미술품 자선경매, 바자, 저녁식사까지 포함한 티켓 가격은 7만5000원. 광고 한 번 내지 않았지만 티켓 400장은 순식간에 동났다. 수익금은 불우이웃을 돕는 데 기부한다. 대사 부인들은 "프란체스코 라우시 이탈리아 대사가 저녁식사에 나올 와인을 제공키로 했다"며 "많은 한국 기업이 뒤에서 든든하게 밀어줬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한자리에서 지구촌을 경험할 수 있는 이런 축제는 400명만 참여하기에 아깝다"며 "내년에 여는 제2회 행사는 시청 앞 광장에서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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