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발언으로 살펴본 '부시 2기'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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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대통령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핵심은 중동 민주화'. 취임 2개월을 맞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27일 인터뷰한 워싱턴 포스트의 결론이다. 라이스 장관은 인터뷰에서 중동과 러시아.중국.남미 등 미국의 외교 거점들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는 북핵과 관련,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한반도 안정과 분리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리고 당분간은 6자회담을 통한 해결을 고수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 압박=라이스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중동의 독재정부들을 대체하리라는 공포보다는 중동지역이 어쨌든 이대로 멈춰 있지는 않을 것이란 확신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중동 민주화에 대한'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어 그는 "이집트가 미국 모델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지만 (후보 간) 자유경쟁은 민주주의란 기업의 핵심 요소"라며 이집트의 자유로운 대선 실시를 촉구했다. 24년째 이집트를 통치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미국의 압력으로 최근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무소속 후보의 출마를 제한하는 등 규제가 많아 '반쪽 개헌'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라이스는 여성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일침을 놓았다. "여성들이 세계 어디에서나 투표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신문은 "(라이스 발언을 볼 때) 부시 2기의 대외정책 목표는 이집트 등 중동 민주화가 1순위"라고 전망했다.

◆중국에 북핵 해결 촉구=라이스는 "지난주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관리들에게'한반도 안정과 한반도 비핵화는 분리할 수 없는 문제'라고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관리들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안정을 깰 잠재적 파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 (내게) 별로 반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종국적으로 6자회담 외에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 파장을 여러모로 살펴봐야겠지만, 아직 그 지점까지 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6자회담은 북한에 각각 다른 인센티브와 지렛대를 가진 나라들을 한자리에 모아 만든 정말 훌륭한 틀"이라는 것이다.

라이스는 중국이 최근 제정해 논란을 빚고 있는 '반(反)국가분열법'과 관련, "중국 관리들이 내게 이 법의 문제점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들은 법이 해외에 미친 부정적 파장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관리들은 대만과의 긴장을 줄이는 데 노력하겠다고 내게 여러 번 얘기했다. 그들의 노력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안심시키기=라이스는 러시아에 대해선 유화적으로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우크라이나.키르기스스탄 등 주변국들의 잇따른 시민혁명으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주변국들의 자유화.민주화는 결국 러시아를 더 큰 번영으로 이끌 것"이라면서도 "어느 나라도 러시아를 포위하려 들지 않는다. 러시아가 고립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신문은 "러시아의 민주화를 촉구하면서도 우호관계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부시 2기의 가장 큰 외교 과제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라이스의 유화적 발언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신문은 "지난 두 달간 유럽과 중동, 아시아를 두루 순방한 라이스의 행보는 백악관의 정책과 일치하며 그녀의 발언 역시 부시 대통령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다"면서 "앞으로 4년 동안 부시 행정부는 더욱 강력하게 해외의 민주화를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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