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영화가 콸콸… 위성방송 채널10곳 서비스

중앙일보

입력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듯 리모컨을 돌리면 영화가 쏟아지는 시대가 온다. " 연말 본방송을 목표로 클래식 영화 위성 채널 시네포에버를 준비 중인 최광암 편성본부장의 말이다.

TV에 영화가 홍수를 이룬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은 최근 연말에 시작할 위성방송 영화 채널 열 곳을 확정했다. 미국과 유럽처럼 장르.연령.성별로 세분화한 영화를 볼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성인영화 전문채널 스파이스가 선보인다. 우형동 대표는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만 19세 이상이 볼 수 있는 성인영화를 방송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플레이보이 TV와 프로그램 공급계약을 하고 에로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영화를 틀어준다는 것.

독립영화인들이 숨통을 틀 수 있는 인디영화 채널 제3영화도 주목된다. 수준 있는 작품을 만들고도 일반인과 만날 기회가 적어 사장(死藏) 되기 일쑤인 독립영화의 안정적 배급 통로를 표방하고 있다.

유효진 편성팀장은 "미국 최대의 인디영화 방송사인 선댄스 채널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었고, 미국.영국.한국 등의 인디영화 전문 배급사와 영화수급에 관한 계약을 추진 중" 이라고 말했다.

미국.유럽은 물론 인도.러시아.라틴 아메리카 등 전세계 독립영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게 제3영화 채널의 목표.

인권.단편.실험영화 등 주제별 접근도 시도한다. 특히 독립영화 전용관 건립이 꿈인 한국의 독립영화인이나 신진 감독들의 등용문 역할과 예비 영화인들의 교육을 맡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한국영화의 저변 확충에 주력할 계획도 있다.

이밖에도 현재 케이블에서 영화채널 OCN.HBO를 운영하고 있는 온미디어가 네 개의 영화채널을, 그리고 최근 오락 케이블 NTV를 인수한 m.net가 세 개의 영화채널을 승인받았다.

또 온미디어와 m.net는 다음달 1일 액션영화 전문 케이블 방송인 'OCN액션' 을 필두로 위성방송의 영화채널을 내년 초까지 그대로 케이블망을 통해 송출할 계획. 한국 방송계가 말 그대로 영화 전성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가장 큰 수혜자는 역시 시청자다. 상업방송인 위성.케이블의 특성상 별도의 시청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대중성 위주의 영화를 주로 상영했던 지상파 방송의 영화 프로그램에 비교할 수 없이 폭넓은 선택권을 누리게 된다.

예술.독립영화를 통해 높아진 감식안 또한 영화 제작현장에 영향을 미쳐 보다 개성있는 색깔의 작품이 나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온미디어의 장현 편성팀장은 "위성방송이 시작되면 영화의 판매통로가 또 하나 늘어나, 최근 활황기를 맞고 있는 우리 영화계에 좋은 자극제가 될 것" 이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영화의 활성화도 예견된다. 위성방송은 디지털 송.수신이 기본이라 저예산 디지털 영화가 왕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외화 번역, 자막작업, 기존 필름영화의 디지털 전환 등 관련 산업의 호황도 예상된다.

반면 우려스러운 면도 있다. 열 개가 넘는 채널을 소화할 작품을 무리 없이 공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방송사마다 외국의 대형배급사와 공조 관계를 맺어 "문제가 없다" 고 자신하지만 늘어날 채널만큼 작품 확보 경쟁이 불가피해져 외국영화에 대한 판권이 상승할 개연성이 크다.

위성방송의 안착 시기도 문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로 불렸던 케이블 방송이 초기에 허덕였던 것처럼 위성방송의 앞날이 무조건 장미빛은 아니기 때문. 자칫 과열경쟁으로 시작했다가 '거품' 만 남는 오류가 재연되지 않도록 면밀한 준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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