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10대산업 키우자] 13. 인텔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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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반도체 업계의 표준이다. 그러나 엄청난 수익이 보장되는 마이크로 프로세서에 안주하지 않고 인터넷.전자상거래 시장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

가장 빠르게 제품을 개발, 시장을 장악한다는 스피드 전략과 도전 정신으로 10년 전부터 반도체 업계의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인텔의 경쟁력의 실체를 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진단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심장부 샌타클래라의 미션컬리지 거리에 있는 세계 최강의 반도체기업 인텔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빈 화장실.회의실 불끄기' 였다. 캘리포니아에 반년 이상 계속 중인 전력난이 이 첨단 기업의 임직원들에게 절전을 요구하고 있었다.

주변의 나지막한 주택과 조화를 이룬 인텔 본사의 1층 로비는 방문객용 의자 몇개만 놓인 소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활동' 과 '도전' 이라는 말은 이 회사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였다.

◇ 도전 정신으로 일군 기업=인텔의 최고 경쟁력은 빠른 차세대 제품 개발능력이다. 컴퓨터를 세대별로 286, 386, 486으로 구분하는 것도 인텔의 마이크로 프로세서(MPU) 모델명에서 유래했듯 인텔의 PC용 MPU는 세계표준 역할을 해왔다.

MPU는 설계부터 기초모델 완성까지 4~5년이 걸린다. 인텔은 2~3년 주기로 새 모델을 완성한다. 스피드에 역점을 둔 사업전략 때문이다. 제품 개발과 동시에 대량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특징이다.

연구개발비 투자는 엄청나다.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쏟아붓는데, 지난해 39억달러에 이어 올해는 43억달러 규모다.

척 멀로이 대변인은 "반도체 산업의 앞날을 누구도 모른다. 도전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만이 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고 말했다.

혹시 무모한 것은 아닐까. 멀로이 대변인은 "무모한 투자가 아니라 갖고 있는 돈으로 투자하고, 이를 위해 고수익 판매전략을 지킨다" 고 말했다. 1989년 개발된 486 모델은 당시 세계 표준이었지만 다른 업체들이 호환 칩을 내놓으면서 값이 떨어지자 아예 손을 뗀 것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제품은 버린다' 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인텔의 과거가 늘 화려하진 않았다. 처음으로 D램을 개발했지만 업계 순위는 80년대까지 7~10위에 불과했다. 80년대 중반에는 일본 업체에 밀려 MPU로 주력 종목을 바꾸는 아픔도 겪었다. 그뒤 스피드 경영을 무기로 92년 1위 자리에 올랐다.

시장조사 기관인 데이터퀘스트의 최종 집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해 반도체 매출액이 3백3억달러로 세계 반도체 업체 중 1위를 했다. 이 판매액은 2위인 도시바(1백9억달러)보다 세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인텔이 명실상부한 1위 반도체 기업임을 보여준다.

◇ 새로 도전하는 인텔=인텔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90년대 후반부터 디지털 통신용 네트워크 칩과 전자상거래를 새로운 전략사업으로 개척하고 있다.

배럿 회장은 '인텔은 이제 PC용 반도체 회사가 아니라 인터넷 회사'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같은 방향 전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1~2년 안에 10억대의 컴퓨터.휴대용 단말기와 냉장고.TV 등이 네트워크화하고, 수조달러에 달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형성될 것" 이라며 인터넷 인프라 구축사업에서 다시 신화를 만들어 내자고 제안했다.

인텔은 98년 네트워크 칩 기업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모두 16개 기업과 사업을 인수하는데 27억달러를 썼다.

전략적 제휴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시스코.넷스케이프.NCI 등 인터넷 인프라 회사들과 디지털 셋톱박스 표준을 만들기 위해 제휴했고, 차세대 디지털 신호처리 개발을 위해 아날로그 디바이시스와도 손을 잡았다.

인텔은 '전세계 인터넷 경제의 기반이 되는 핵심 기반기술 제공' 을 사업 목표로 정했다. PC에서 인터넷으로 갈아타려는 인텔의 새로운 도전은 시작됐다.

*** 인텔은 어떤 회사

▶1968년 메모리 제품 제조사로 설립

▶71년 세계 첫 마이크로 프로세서 개발

▶86년 1억7천만달러 적자내며 D램 포기 후 마이크로 프로세서 전념

▶92년 도시바 제치고 반도체 업계 1위 등극

▶98년 인터넷 인프라 비즈니스 참여 선언

▶2000년 시장가치 4천3백41억달러로 세계 3위 기업, 포천지 선정 가장 선망받는 기업 9위, 1백5억달러 순익으로 순익 1백억달러대 돌파

▶2001년 45개국 8만5천명 근무

샌타클래라=양선희 기자 sunny@joongang.co.kr>
도움=삼성경제연구소 장성원 수석연구원

◇ 다음 호에서는 10대 업종 가운데 일곱번째로 디지털 가전산업을 다룹니다. 국내 디지털 가전산업의 실태와 과제, 업계 선두주자 일본 소니사의 벤치마킹을 두 차례로 나눠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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