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전성기에 접어든 '비금도 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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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기 KT배 왕위전'
제1보 (1~22)
●.이영구 4단 ○.이세돌 9단

올해 KT배 왕위전은 '신예들의 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간 32강전과 16강전에서 주요 대국을 하이라이트로 살펴봤지만 정상급의 기사들이 무명의 신진에게 쓰러지는 것은 이제 그리 신기한 일도 아니다.

대진표에서 보듯 왕위전 8강은 낯선 얼굴로 가득하다. 최정상급에선 이세돌 9단 한 사람이 살아남았고 다음 그룹에선 조한승 8단, 원성진 6단의 이름이 보인다. 윤준상 3단과 이영구 4단은 강력한 신진세력이고 강동윤 3단은 16세 소년 강자다. 백홍석 3단은 서서히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고 돌풍의 주인공 옥득진 2단은 군에서 막 제대한 완전 무명기사다. 조훈현.유창혁.최철한.박영훈.김성룡.송태곤 등 국가대표들은 어디선가 신예들에게 한칼을 맞은 것이다. 8강전은 4월 22일 열렸다.

흑을 쥔 이영구 4단은 '황소'처럼 행마가 묵직하다. 이세돌 9단이야 천하가 알아주는 싸움꾼이자 무궁무진한 변화의 주인공. 최근 한국의 젊은 기사들의 바둑이 점점 사납고 난해하게 변하는 것은 모두 이세돌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8로 붙여 이세돌이 먼저 변화를 구했다. 실리에 민감한 수법이다. 그런가 하면 22는 대담하다. 흑의 하변은 A의 침투가 남아 있는 엷은 곳. 그런데 이세돌은 22로 붙여 이곳을 굳혀주려 한다. 서봉수 9단은 "좌변 백진을 보호하려는 뜻이겠지만 기리에는 맞지 않다. 만약 이세돌이 아닌 다른 기사가 두었으면 한마디 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영구는 1987년생. 이세돌은 83년생. 바둑은 22~25세 때를 전성기로 친다. 비금도 소년의 이미지 때문에 언제나 어리게만 느껴지던 이세돌 9단도 어느덧 전성기에 접어들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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