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남 큰손들 요즘 다시 사들이는 주식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직열(오른쪽) 삼성증권 서울 역삼동 SNI 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이 14일 이곳에서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 이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3차 양적 완화 방안을 발표한 이튿날이다. 최정동 기자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거액자산가를 지칭하는 ‘수퍼리치(super rich)’ 계층이 당장 재테크 포트폴리오(자산배분)를 바꾸는 데 잰걸음을 내고 있다. 거금을 굴리는 만큼 투자 지식과 감각이 남다른 이들 자산가는 어떻게 대응하려 할까. 서울 강남의 청담동과 역삼동, 경기도 성남 분당 등 대표적 부촌 세 곳의 상위 1% VIP 고객을 담당하는 프라이빗뱅커(PB, 거액자산 관리 전문가)를 만나 수퍼리치의 움직임을 들어봤다.

우선 국내외 경제 환경을 정리해 보자. 선진국은 약속이나 한 듯 일주일 간격으로 통화 공급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6일 위기국의 무제한 국채 매입을 선언한 게 신호탄이었다. 13일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 완화(QE3)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일본은행은 19일 국채 매입 한도를 늘리기로 했다.
그중 자산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미국의 QE3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가 금융시장에 넘쳐나게 되면서 그동안 선진국 국채 등 안전자산에 몰렸던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주식ㆍ원자재 등 위험자산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당장 국내 주식시장에는 이달 들어 21일까지 3조여원의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됐다. 브라질ㆍ중국 등 대표적인 신흥 경제 대국엔 환율 비상이 걸렸다. 중국 위안화 환율은 20일 달러 대비 6.3038위안으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20일 “미국의 QE3가 환율 전쟁에 불을 붙일지 모른다. 브라질의 경우 달러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면 브라질 헤알화 강세를 막기 위한 정책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 상황도 수퍼리치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저성장이 가시화하고 있다. 반면 무디스 등 3대 국제 신용평가회사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제히 상향한 데다 선진국의 부동자금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어 주식시장의 단기 전망은 이전보다 밝아졌다.

위험자산 10%가량 늘릴 듯
-미 연준의 QE3 발표 이후 수퍼리치들의 움직임은.
유직열 삼성증권 SNI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장=주식 비중을 늘리려는 고객들이 늘었다.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져 주가가 당분간 오를 것으로 예상된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주식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 등 초우량주에 관심이 쏠린다. 중소형주나 신규 상장 기업 종목은 불안하다고 여긴다. 이 때문에 우량주에 집중 투자하는 랩어카운트(맞춤형 자산관리계좌)나 압축형 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이 다시 주목받는다.

조태석 국민은행 경기도 분당 PB센터장=코스피가 10월 중에 2100선까지는 오를 거라는 기대 속에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금은 QE3 효과로 주가가 오른 뒤 쉬어가는 장세다. 추석 이후에는 다시 한 번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예전처럼 1~2년씩 장기 투자하는 고객은 별로 없다. 석 달 이내의 단기 투자를 한다. 주가가 2100선을 찍으면 차익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시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험을 한 때문이다. 특히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재정 절벽’ 우려가 커지고 유로존의 잠복 위기가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주식투자 리스크로 본다.

민혜성 씨티은행 씨티골드 서울 청담중앙지점장=수퍼리치들의 일반적인 포트폴리오를 살펴보자. 연초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배분 비율이 6 대 4 정도였는데, 상반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자산 비중을 20%까지 줄였다. QE3 이후엔 주식 등 위험자산을 30% 정도로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전쟁 조짐이 보인다. 수퍼리치의 포트폴리오에 미칠 영향은.
조태석=신흥국 국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 신흥국 국채에 집중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가 여럿 출시돼 있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한번 눈여겨볼 만하다. 선진국 투자 자금이 신흥국에 몰리면서 신흥국 국채 값이 오를 것이다. 또 달러 약세로 신흥국 통화가 강세가 되기 때문에 지금 투자하면 나중에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신흥국 국채는 보통 연 7% 이상의 수익을 낸다.

유직열=과거 사례를 보면 신흥국이 아무리 환율 방어에 나서도 결국 미국 등 선진국이 환율 전쟁의 승자가 되고 말았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를 염두에 두고 투자 대상을 찾는다면 신흥국 국채 중에서도 단연 브라질 국채가 매력적이다. 사실 이 나라 국채는 올해 상반기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부 환차손이 생겼다. 하지만 QE3 영향으로 헤알이 강세를 보이면 손해 본 것을 만회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브라질 국채는 10%대의 높은 이자와 이자ㆍ채권 매매수익이나 환차익 등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것이 이점이다.

민혜성=해외 투기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펀드에 관심을 두는 고객이 많다. 글로벌 주식시장에 유동성이 늘어나면 투기등급 기업의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회사채 값도 오르게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투기등급 회사채를 매매해 수익을 내는 하이일드 펀드의 수익률은 좋아진다. 하이일드 펀드는 연 7~10%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수백 개 기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설령 몇몇 회사가 망한다 해도 펀드 수익률이 급락할 가능성은 작다.

ELS로 리스크 줄여 주식투자
-안전자산 중에 어떤 금융상품이 인기인가.
유직열=한국 정부가 발행한 장기 국채다. 지난 11일 처음으로 발행된 30년 만기 국채에 돈이 몰린다. 특히 3대 국제 신용평가회사가 한국 신용등급을 올린 이후 이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종전 판매하던 20년 만기 한국 국채는 SNI 강남파이낸스센터 지점에서만 한 달 평균 500억원어치가 팔리고 있다. 장기 국채는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거는 상품이다. 기준금리 하락으로 국채 금리가 내리면 국채 값은 오르기 때문이다. 실물자산 중에는 금을 일정 부분 포트폴리오에 넣는 고객이 있다. QE3로 인해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금이 안전자산 1순위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민혜성=비과세 혜택의 즉시연금ㆍ저축보험 같은 보험 상품이다. 특히 근래 수퍼리치들의 금과옥조는 절세다. 보험 상품은 올해 내내 인기였지만 앞으로도 유망하다. 특히 즉시연금은 내년부터 비과세 혜택이 폐지되지만 저축보험은 그 혜택이 지속된다. 연 4%대의 이자(공시이율)도 은행 예금보다 높다. 아울러 중도 인출 기능이 있어 필요할 때 돈을 빼서 쓸 수도 있다.

조태석=중위험ㆍ중수익을 추구하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를 늘리는 고객이 많다. 안전자산은 아니지만 주식보다 덜 위험하기 때문이다. ELS는 주가지수가 미리 정해진 수준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연 7~8%의 수익률이 보장된다. 요즘처럼 글로벌 증시에 유동성이 넘칠 때는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작다. QE3의 수혜 대상이면서 직접 주식투자의 리스크를 줄일 만한 상품이다.

이태경·강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