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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 최동훈 티켓파워 2위, 강우석 바짝 추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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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도둑들’을 성공시키며 충무로 최고의 흥행감독으로 떠오른 최동훈 감독. 사회적 메시지보다 영화적 재미를 추구하는, 새로운 감독 세대의 대표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중앙포토]

전국 관객 1301만 명.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2006년 세운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이다.

 ‘괴물’의 기록은 과연 깨질까. 요즘 한국영화계가 관심 깊게 지켜보는 대목이다. 가장 강력한 도전자는 올 여름 극장가를 장악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다. 16일 현재 전국 1292만 명을 찍었다. ‘괴물’의 기록에 9만 명 차이로 다가섰다. 흥행세는 꺾였지만 요즘에도 매일 6000명 가량 들고 있어 이달 말께 ‘괴물’을 제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중반 충무로의 ‘흥행사’로 떠오른 최동훈 감독의 티켓 파워가 재확인된 셈이다. 실제로 최 감독은 ‘도둑들’의 성공으로 흥행감독(누적 관객수 기준) 순위에서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2000년대 급성장한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온 주요 감독들의 흥행 성적을 집계해봤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영화를 알아보는 지표도 된다. [표 참조]

 ◆장르영화의 예술사

한국 상업영화는 ‘쉬리’(강제규 감독·1999)를 계기로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간다. 대자본 투입, 조직적 마케팅, 선명한 기획 등으로 블록버스터 영화 시대를 열었다.

 ‘쉬리’ 개봉 이후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감독은 강우석 감독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충무로 파워맨 1위’(요즘은 투자·배급사의 파워가 절대적이다)를 굳게 지켰던 강 감독은 ‘실미도’(1108만) ‘강철중’(431만) ‘한반도’(339만) ‘이끼’(332만) ‘공공의 적’(303만) ‘공공의 적 2’(391만) 등으로 3092만 관객을 모았다. 80년대부터 영화 20여 편을 만들어온 그는 현대 한국영화사의 또 다른 이름이다.

 최동훈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 네 편만으로 2801만(16일 현재) 관객을 끌어들였다. 총 관객수를 작품 편수로 나눈 평균 관객수는 700만 명을 기록했다. 평균 관객수 기준으로는 강형철 감독(780만)에 다소 뒤진 2위지만 강형철 감독의 흥행작은 ‘과속스캔들’ ‘써니’ 두 편뿐이다.

 특히 최 감독은 범죄영화라는 한 우물을 파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장르 세공사’로 불리는 이유다. 강우석·이준익·봉준호 등 ‘1000만 감독’이 남북문제·정권교체 등 개봉 당시 사회 분위기 덕을 어느 정도 본 반면 최 감독은 ‘영화적 재미’로 객석을 지배해왔다.

 투자배급사 쇼박스의 김택균 부장은 “최 감독은 배우들과의 교감, 캐릭터 창출력 등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왔다”고 말했다. 반면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최 감독은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탁월하지만 ‘작은’ 영화에도 도전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는 재미다

최동훈·강형철·윤제균·김용화 등은 2000년대 들어 부상한 흥행감독들이다. 이들은 ‘영화는 재미가 우선’이라는 원칙에 충실한 편이다. 액션·코미디·스릴러 등 할리우드 장르영화의 흥행 요소를 적극 차용한다. 사회적 의식이 퇴조했다는 비판을 받는 반면 영화적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평가도 있다.

 부산영화제 전찬일 프로그래머는 “예전 감독들이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는 도구로서 영화를 만들었다면 요즘 흥행감독들은 ‘친(親)관객’ 영화를 만든다”며 “한때 ‘관객 영합’이란 소리도 들었지만 지금은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칭찬이 앞선다”고 말했다.

 사실 관객(수요자) 중심의 상업영화 씨앗은 강우석·강제규 등 중견 감독들이 뿌려놓았다. 90년대부터 이들이 도입한 트렌디한 설정과 코믹·액션 코드가 충무로의 밑거름이 됐다. 영화평론가 김형석씨는 “90년대 ‘투캅스’(강우석) ‘은행나무 침대’(강제규) 등에 구현된 상업적 요소를 후배 감독들이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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