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동기식 사업자 결판 날까

중앙일보

입력

대지(大地)가 타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물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정부와 민간은 동원할 수 있는 라이프 라인(생명선)을 풀가동하고 있다. 환난 때 금 모으기처럼 이번엔 물 보내기로 국가 총력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11일엔 국무총리 주재 가뭄대책회의가 있고 13일로 예정된 대통령의 국정개혁 관련 기자회견은 가뭄 관련 담화문으로 대체됐다.

가뭄 민심에 12일 노동계 총파업 강행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15일 남북공동성명 발표 1주년도 퇴색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주는 이렇게 모든 것이 정체(停滯)된 가운데 나라 단합을 찾는 한주가 될 것 같다.

지난주에 타결된 현대와 북한당국간의 금강산 육로관광 협상의 실행방안도 이번주부터 하나씩 구체화할 것이다.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 경협을 푸는데 새로운 촉매제가 됐으면 한다.

30만달러(약 4억원)를 주고 얻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한국보고서도 지난주 지면을 크게 장식했다. '한국 미래를 위해 검증된 교과서는 없다. 스스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는 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정통부와 과기부 등이 신과학기술 전략을 짜겠다고 한다.

통신업계 3강체제의 발판이 될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동기식 사업자 선정문제는 이번주 LG텔레콤과 하나로통신의 물밑 협상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지금부턴 올 상반기의 기업 실적과 하반기 전망이 잇따라 나올 것이다. 경기 침체가 어느 정도고, 우리 경제가 어떤 경로를 거칠지 조망할 수 있는 판단 재료들이다.

이와 함께 관심을 끄는 게 하반기 기업들의 정보기술(IT)관련 인력 채용이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시스템통합(SI).전사적자원관리(ERP).네트워크 통신분야 등에서 1만명 정도의 채용을 예상한다. 정부의 올 추경예산 편성계획에도 고용확대는 중점사업으로 들어있다.

수출이 어렵지만 중견벤처 IT쪽에선 활기가 있다. PC 보안제품.게임기 등이 일본.중국.브리질 등에 잔잔하게 나가기 시작했다. 주목할 만한 바깥 움직임도 있다. 지난주 미국과 중국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결정했다.

또 미국과 베트남간에 1년 가까이 끌어오던 무역협정안 비준작업도 부시 정부가 비준안을 의회로 넘김으로써 이르면 다음달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베트남 시장 개척에 공을 들여온 우리 기업들엔 큰 호재다.

앞에 막힌 문만 쳐다보지 말고 열린 뒷문을 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곽재원 정보과학부장 kj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