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공연비 대고 곡 선정 부산시민 오케스트라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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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일반 시민이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오케스트라가 창단된다.

 부산 시민 오케스트라 창단준비위는 시민이 운영비를 대고 연주곡도 인터넷 투표로 선정하는 오케스트라 창단을 준비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각계각층에서 모인 29명으로 이뤄진 창단 준비위는 그동안 두 차례 모임을 열고 오케스트라 운영비를 댈 시민위원 모집에 나섰다. 창단준비위는 올해 말까지 부산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음악회에서 시민위원 모집을 위한 홍보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시민 오케스트라 명칭을 사용하는 곳이 국내에 몇 군데 있지만 모두 아마추어 연주자들로 이뤄져 있다. 전문 연주자들로 이뤄진 시민 오케스트라는 부산이 처음이다. 기존의 오케스트라는 운영비를 지원하는 자치단체나 기업이름을 따서 ‘○○ 시립 교향악단’ ‘○○기업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이 붙는다.

 하지만 부산 시민 오케스트라는 연간 수억원의 운영비를 시민위원들이 부담한다.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단원들은 연간 4회 열리는 연주회 때만 출연료를 받는 형태로 운영한다. 기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매달 월급을 받는다.

 창단준비위는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부산시민 1만 명 가운데 1명씩 참여시킨다는 의미로 355명의 시민위원을 모집 중이다. 부산시민은 355만 명이다. 시민위원은 별빛·햇빛·달빛 위원 등으로 구분해 매달 1만∼5만원의 회비를 낸다. 시민위원은 오케스트라의 주주 개념이다. 이 밖에도 시민들의 기부와 각종 문화재단의 지원도 받을 예정이다.

 기존 오케스트라 연주회 연주곡 선정 과정에는 시민들이 참여할 통로가 없었지만 시민 오케스트라는 시민들을 참여시킨다. 박경희 부산시민오케스트라 악장은 “우리가 어느 정도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뒤 시민위원들과 시민들의 투표로 곡목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원도 모집 중이다. 단원 오디션을 21일 오후 7시 부산예술회관 1층 공연장에서 한다. 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단원을 뽑는다. 고전·낭만시대 콘체르토 중 빠른 1악장으로 자유곡 1곡을 준비하면 된다. 총 60명의 단원 중 이날 20여 명을 뽑을 예정이다.

 창단준비위는 CI와 캐릭터(사진)도 확정했다. CI는 음악을 표현하는 8분음표와 바다를 상징하는 갈매기를 조합해 창조와 최고를 나타내는 보라색으로 부산의 ‘ㅂ’ 을 표현했다. CI와 캐릭터 선정도 시민들의 인터넷 투표로 결정했다. 창단준비위 김창욱 음악감독은 “ 시민오케스트라 창단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음악시민운동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창단 공연은 내년 2월 1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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