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산허리 소금을 뿌린 듯 … 메밀꽃이 피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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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태백시 문곡소도동, 2012. 9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이효석(1907∼1942)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하얀 메밀꽃이 가을의 문턱을 넘어선 태백산 아래 마을을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이곳은 태백시 문곡소도동 태백산도립공원 초입에 자리한 해발 750m의 마을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 7월 중순 버려진 자갈밭 3만3000㎡(9982.5평)를 개간한 뒤 메밀 씨앗 480㎏을 파종했습니다. 태백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새 볼거리를 제공하자는 데 주민들이 뜻을 같이 한 것입니다.

 주민들은 모진 태풍과 장마에 약한 메밀 줄기가 꺾이지나 않을지 여름 내내 노심초사했습니다. 주민들의 정성이 거름이 되어서인지 메밀은 척박한 땅을 뚫고 나와 보란 듯 눈부신 꽃을 피워냈습니다.

 이곳 메밀꽃밭 만들기 사업을 주도한 김주호(53) 현리청년회장은 “외지 손님들이 메밀꽃밭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절로 미소를 짓는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이들은 메밀이 알차게 여무는 10월에 메밀을 수확해 그 수익금으로 지역의 불우이웃들을 도울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연유를 알고 나서인지 이곳 메밀꽃밭을 보고 있노라면 이효석의 표현처럼 숨도 막힐 뿐더러 산골 인심이 묻어난 메밀꽃 향에 취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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