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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와 교감 위해선 고시생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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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도 '웃찾사'의 인기프로 '택아'를 보고 웃더라구요. 한국과 일본의 웃음 코드가 비슷한가 봐요. 이런 공통의 웃음코드에 대해서 한창 연구중입니다."

개그맨 전문 연예기획사 '스마일매니아'의 대표 박승대(38)씨의 말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던 박씨는 요즘은 코미디프로의 숨은 얼굴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100여명의 개그맨을 키워냈고, 요즘도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2군' 60여명을 훈련시키는 중이다. SBS TV '웃찾사'의 경우 출연진의 80% 이상이 '스마일매니아' 소속일 정도다.

"후배들을 잘 가르쳐서 내가 못이룬 스타의 꿈을 이루도록 해주고 싶어요.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겁니다. 1,2년내로 반드시 진출할 겁니다."특히 일본은 시장조사차 이미 여러차례 다녀왔고, 4월말에도 방문계획을 세워놓았다. 현지에 가면 스탠딩 코미디 무대를 찾아 일본 사람들이 어느 대목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지 유심히 관찰한단다.

물론 국내에서의 코디미 아이디어 개발도 결코 게을리하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이 나보고 개그에 미쳤다고 해요.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공공장소를 찾아가서 처음보는 사람에게 '이 아이디어가 재밌냐'고 물어보곤 할 정도죠."

아이디어로 채택하는 기준을 묻자 '7:3'이라고 소개한다. 사람들로부터 재밌다는 응답이 70% 이상 나오면 그 아이디어는 낙점이다. 재미 없다고 답하는 경우는 끝까지 이유를 캐물어 아이디어를 보완한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마를 날이 없다. "요즘 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웃찾사의 '막무가내 보이즈'도 사실은 제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후배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문 사설 하나를 1분내에 암기하도록 시키고 좋은 문장을 골라내 수시로 외우게 한다.

"김형곤씨는 하루에 신문 5개를 읽는다고 들었습니다. 개그맨은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시생보다 열심히 공부해야죠. 노력 없이는 시청자와 교감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그의 코미디 철학이다.

그는 노력하는 개그맨으로 유재석씨를 꼽는다. "데뷔는 제가 먼저 했는지 모르지만 유재석씨야말로 정말 노력을 많이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모범으로 삼고 있는 개그맨이에요"

오디션을 보겠다고 그에게 찾아오는 지망생들은 하루에 20 ̄30명. 이들을 직접 만나 가능성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것도 그의 중요한 일과중 하나다.'택아'에 나오는 윤택씨의 경우 TV에서 잠깐 성대모사하는 것을 보고 직접 스카우트해 인기 개그맨으로 키워냈다.

정만호.김다래.권진영 씨도 그가 발굴해낸 신인들이다.

방송계에서는 이들을 '박승대 사단'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그는 대부.선생님.사장님 등의 호칭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한 사람의 개그맨일 뿐"이라면서 "'대부'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이름인 것 같아 거부감이 든다"는 게 그 이유다. 박씨는 "지금 당장 부르는 데는 없지만 꼭 방송에 다시 출연하고 싶다"며 개그맨 조련사가 아닌 개그맨으로서의 욕심도 내비쳤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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