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시리즈를 보고] 임창열 경기도 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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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조사대상 49개국 가운데 한국은 28위에 머물렀다.

아시아 경쟁국인 싱가포르(2위).홍콩(6위).대만(18)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것이다. 특히 기업경영환경 부문에선 44위로 나타나 결국 국가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기업활동 규제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 각국은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경제질서에 앞서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지역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지방 살리기' 가 국가경영의 큰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지방살리기' 의 요체는 중앙에 집중돼 있는 권한과 재원을 과감히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권한과 재원을 중앙이 독점하고 있는 체제에서는 지역 균형발전도, 국가경쟁력 강화도 이루기 어렵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세계 일류기업과 인재.자본을 더 많이 유치하는 지역이 번영을 누리는 시대가 됐지만 우리 현실은 아직 요원하다.

지방자치를 한다면서도 권한도 없고, 재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한 자치단체가 지역에 첨단산업을 유치했다고 하자. 그래서 산업정책의 주무부서라 할 수 있는 산업자원부와 관련부처인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의 승인을 얻었다 하더라도 건설교통부가 입지를 규제해 버리면 없던 일로 돼 버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제 우리도 지방에 더 많은 자율과 재원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지역정책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

지방은 자기 지역의 발전계획 수립에 자율성을 갖고 중앙정부는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해당 자치단체도 모르게 지역개발계획을 수립해 독선적으로 끌고 나가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권한만 줘서는 안된다. 돈도 함께 지방으로 분산해 재정자율권을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해야 한다.

미국의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58대 42다. 일본은 61대 39. 여기에 비해 우리는 80대 20으로 중앙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그러면 지방의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지방별로 지역 혁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학.연구소.벤처기업.행정.금융.법률.훈련 등의 지원체계를 결합해야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

미국의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실리콘밸리, 영국의 런던 메트로폴리탄과 옥스브리지 첨단산업지역, 프랑스의 앙티폴리스 등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대학, 기업의 자율.창의.도전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

또한 우수한 인적자원을 개발, 공급할 수 있는 대학의 유치가 필수적이다.

싱가포르는 세계적 명문대학 7개를 국내에 유치해 지역의 혁신거점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별 특화산업 육성을 통해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시키는 '전략적 집중' 을 지향해야 한다.

지역별 비교우위에 따라 IT.BT산업, 섬유.기계산업 등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임창열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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