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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성조숙증과 빠른 성숙경향, 어떻게 구별할까?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엄마와 초등학교 3학년생 여아가 함께 들어온다. 엄마의 걱정스러운 표정보다 더 시선을 끄는 것은 여아의 주눅든 표정이다. 마치 죄지은 아이처럼 낯설고 불안하다. 얼마 전까지 대학병원의 성장클리닉을 다녔다. 진찰한 의사는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예후를 알 수 없으니 좀더 지켜보자고 하였다고 하는데 엄마는 아이가 성조숙증이 있는 것 같다고 걱정이 된다며 수소문하여 우리 병원을 찾았다.

일반적으로 여아 8세 이전, 남아 9세 이전에 이차성징, 여아에서는 유방의 발달, 남아에서는 고환의 발달이 이루어지는 것을 성조숙증이라 한다. 그런데 우리 병원을 찾는 아이들 중 성조숙증을 억제하는 주사, 즉 루프린을 맞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아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차성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나이 기준에서 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여아의 경우 8세 이전의 가슴발달, 남아의 경우 9세 이전의 고환성숙)인데 엄마들은 성조숙증과 빠른 성숙경향을 구별하지 않고 마음부터 졸이기 시작한다.

엄마들의 이러한 걱정을 부추키는데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성조숙증이 늘어난다는 언론기사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이다. 소아비만의 증가, 식생활의 인스턴트화, 스트레스의 증가 등으로 성조숙증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발생 수는 전체 아동 수에 비해서는 소수인데도 불구하고 통계를 나타내는 전체집단의 숫자보다는 발생한 아이들의 숫자증가에 대해서만 집착하다 보니 부풀려진 걱정만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실제로 성조숙증이 늘고 있지만, 뇌의 이상병변으로 인한 성호르몬 자극 호르몬의 이상으로 인한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성조숙증은 이유를 찾을 수 없는 특발성이거나 소아비만의 증가에 따른 소아성조숙증이다. 소아비만의 증가는 특히 여아에서는 가슴 지방조직의 증대를 일으키므로 엄마들이 자칫 유방발달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우리주변에서는 엄마들의 불안과 오해로 인한 가성 성조숙증이나 고칠 수 있는 빠른 성숙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둘째는 또래의 아이보다 키가 작으면 혹시 성조숙증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만연하다. 저신장증의 가장 큰 이유는 유전적 저신장이나 체질적 성장지연이다. 즉 교정할 수 없는 원인이거나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들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키 성장 상태가 다음과 같으면 병원을 찾아 상담을 해봄직하다.

▲ 아이의 키가 한 달에 1㎝ 이상 지속적으로 자라거나
▲ 또래 아이들에 비해 2년 이상 크거나
▲ 자녀가 어릴 적부터 신체발달이 빠르거나
▲ 부모나 친척 등에 사춘기 조숙이 있고 키가 일찍 큰 경우

그런데 이 여아의 경우는 이미 만 9세 5개월로서 우리가 성조숙증으로 진단하는 나이인 만 8세기준을 초과하였다. 물론 체지방율이 일정수준이상이고 스트레스가 과다하면 가슴발달과 초경이 또래에 비해 빠른 성숙경향이 일찍 나타날 수는 있다. 결과 아이의 에스트로겐, 황체형성호르몬 등의 수치는 정상범위, 즉 여성으로서의 성적 정체성을 발현하기 이전에 있었다. 다만 체지방율이 32%로 증가되어 있었으나, 신체검사상 성조숙증의 지표를 나타내는 가슴발달은 미미하였다.

엄마의 조바심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환아의 엄마는 키가 150cm 중반으로 크지 않은 편이고 본인이 초경이 빨랐던 경우라서 고등학교 때 키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한다. 이런 경우 엄마의 키 작은 유전적 경향이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다행히 환아의 경우 체지방율이 32%로 과다한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키는 작지 않았다. 물론 현재의 체지방과다가 지속되면 성장호르몬의 교란과 성호르몬의 조기 성숙으로 최종 키는 또래에 비해 작아질 수 있다. 아이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키 검사를 받고, 선생님들에게서도 확실한 답변을 듣지 못한 까닭에 아이 스스로가 위축되고 키 성장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점이 아이에게는 심리적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 경우 스트레스는 키 성장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 어머니에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하고 키 성장에 대한 관심을 최소화하도록 주문하였다. 아이의 소아비만은 키 성장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었다. 이미 남자아이들이 뚱뚱하다고 놀렸고 이것 때문에 아이가 운 적이 여러 번 있다고 하였으며 피부색깔의 변화나 체모의 발달 등 남성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었다. 일차적으로 체중감량 3kg을 처방하고 영양상담을 실시한 후 3개월 후 다시 진찰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지나친 키 재기는 삼가 하도록 주문하였다.

키 크기는 자연스러운 몸맘뇌 성장의 결과이지, 우리 아이 생활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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