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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월례포럼] "외국자본 투기적 행태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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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중앙일보 월례 경제포럼은 지난 12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을 연사로 초청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국 자본의 역할과 규제 필요성에 대해 토론했다. 심 의원은 '외국 자본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외국 자본의 경제적 효과를 놓고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나뉘어 팽팽하게 맞섰다. 심 의원은 "외국 자본은 성역이 될 수 없으며 지나친 특혜는 축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집자

▶ 중앙일보 월례 경제포럼은 지난 12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맨 왼쪽)을 연사로 초청, 본사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었다.임현동 기자

▶사회(김정수)=외국 자본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나오는 외국 자본 규제론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서윤석=외국 자본의 유입에 따른 비용과 수익을 냉철하게 따져보는 게 필요합니다. 간혹 외국인이 돈을 다 빼간다는 식의 감정적 반응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 정서가 근거 없이 잘못 흘러갈 때는 이를 고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심상정=뉴브리지 캐피털은 제일은행을 되팔면서 무려 1조1500억원을 챙겼습니다. 다른 외국계 증권은 순익의 10여 배에 달하는 고율 배당을 요구합니다. 이런 사례들은 한국 국민의 분노를 일으킬 사안입니다. 국민 정서를 교육하기에 앞서 이제 외국 자본의 공과를 재검토하라는 국민의 주문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민=외국 자본에 대한 특혜를 없애야 한다는 심 의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개방 과정을 미국 월스트리트(금융계)가 미 재무부 및 국제통화기금(IMF)과 손잡고 한국이라는 '깨지지 않는 타조알'을 파먹은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외환위기의 발생 전후 과정을 세밀하게 연구하고, 이를 영어로 써서 국제적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정표=지금부터라도 외국 자본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외국 자본의 행태를 바로잡기 어려우므로 양을 줄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를 대체할 국내 자본이 있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재벌의 출자총액제한을 풀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출자규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봅니다. 황금주(단 1주만으로 인수합병 등 주요 의사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 주식)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도입하기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심상정=황금주는 은행 등 기간산업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돼야 합니다. 중요한 공공적 기능을 하는 기업을 민영화할 때 영국처럼 정부가 황금주를 가지면 됩니다. 또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외국 자본이 국가 안보나 공공성을 해칠 가능성이 클 때 국내 진입을 제한하거나 철수 명령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지동현=삼성전자나 신한지주 같은 국내의 대표적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외국인 지분이 절반을 넘는다는 이유로 한국 경제가 외국인에 의해 인수당했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주식을 소유하는 것과 경영을 지배하는 것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 자본이 지배하는 몇몇 은행에서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을 많이 해서 문제라고 합니다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가령 가계 대출을 받아 집도 사고 자동차도 산다면 기업에 대출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신광식=심 의원이 제기한 외국 자본의 문제점들은 실체를 가진 경제적 이슈라기보다는 이데올로기적 문제라고 봅니다. 외자가 국민 경제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은 실증 없이는 위험합니다. 외국 자본이 투기적이기 때문에 나쁘다고 하는데, 일반인이 하는 주식 투자도 투기입니다. 그런 투기가 나쁜 것이라고 한다면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외자가 국내에 도입되면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효과도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제민=주류 경제학자들도 외자를 맹목적으로 찬성하지 않습니다. 상당수가 금융 위기를 일으키는 단기자본 이동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경제위기를 다룬 IMF는 유죄(guilty)'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IMF는 기업.금융 부실 때문에 외환위기가 일어났다고 했지만, 중국은 부실이 더 심한데도 비껴가지 않았습니까. 직접적 원인은 단기자본의 이동 때문이었는데도 월스트리트는 부실 때문이라고 덮어씌운 것입니다.

▶심상정=이데올로기 이슈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발표한 외자의 문제는 이미 실증된 것들입니다. 오히려 외자가 순기능을 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제시돼야 합니다.

▶노성태=당시 많은 사람이 일단 문을 열면 닫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중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문을 열고, 양보하고, 특혜도 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자의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드러나기 전에 서둘러 규제를 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를 신중히 따져봐야 합니다.

▶곽재원=최근 외국 언론의 한국 때리기(bashing)가 지나칠 정도로 빈번합니다. 한국 실정을 잘 모르면서 때리는 것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자칫 한국을 지나가는(passing)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외자에 대해 규제를 하더라도 좀 더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일본은 최근 외국 자본에 의한 인수합병을 견제하는 기업법을 통과시켰는데도 외국에선 아무런 비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운영=외환위기가 온 지 8년이 되는 만큼 이제 과거를 반성할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외환위기의 초래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비록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사법적 절차까지 거쳤습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한 사람들에 대해선 진지한 평가 작업이 없었습니다. 이에 대한 청문회를 열 의향은 없습니까.

▶심상정=잘못된 경제정책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청문회는 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의 현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잘못된 경제정책을 폈던 사람들 그대로입니다. 외국자본이 투기에 열을 올릴 때 고위 관료 출신들이 이들에게 붙어 자문을 해준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런데 민노당엔 힘이 없으니 여러분들이 좀 도와주십시오(웃음).

▶노성태=외국 기업에 대한 국내 기업의 역차별을 시정하려면 외자에 대한 특혜를 없애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내 자본에 대한 규제완화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정리=이영렬.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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