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부터 읽을까] 한국 미술사가 궁금할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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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문이 그러하듯 미술사 분야의 저술, 특히 개설서는 장구하고 심도있는 분야별 연구를 바탕으로 비로소 가능하다.

이에 연구자의 아름다움에 대한 남다른 뛰어난 안목, 진부를 구별하는 예리한 시선, 역사적 식견을 바탕으로 미술사 제 분야를 종횡으로 비교.검토해 이를 서술하는 능력 등이 두루 요구된다.

한국미술사는 지난 30여년간의 활발한 연구에 힘입어 회화.조각.공예.건축 등 주제별 단행본과 한국미술 전반에 대한 개설서 등이 많이 출간됐다.

여기에서는 간행된 순서에 따라, 일반인들이 쉽게 만날 수 있으면서도 학문적인 성과를 잘 반영한 개설서에 비중을 두어 소개하려 한다.

윤희순의 『조선미술사 연구』(서울신문사, 1946) 는 해방 이후 처음으로 간행된 우리 미술 전반에 대한 개설서다. 민족주의 사관을 바탕으로 풍토양식 .민족양식.기법.배경.흐름.계승발전 등 다각적인 시각에서 한국미술을 서술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선 후기 화단을 풍미한 진경산수와 풍속화를 높게 평가한 점에서 주목된다.

이어 발간된 『조선미술대요』(김용준, 을유문화사, 1949) 는 삼국 이전부터 왕조별로 서술하되 고구려를 패기, 백제를 남국정조, 고신라를 금철공예, 통일신라를 불교미술의 황금시대, 고려를 불교미술의 여성시대, 조선을 유교정책으로 변화되는 미술, 그리고 일제 강점기를 암흑시대 미술로 명명해 모두 6개항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 두권의 의미있는 저서는 최근 열화당이 기획해 내놓고 있는 '우리 문화예술론의 선구자들' 시리즈를 통해 고급스런 장정과 현대적 감각의 편집으로 복간됐다.

일제 강점기에 미술사와 미학을 전공한 최초의 한국 학자로서 본격적인 미술사의 이론과 방법론을 제시한 '한국미술사 연구의 아버지' 고유섭의 글들도 살펴봄 직하다. 우선 그의 논지는 제자 황수영이 『고유섭전집』(총 4권, 통문관, 1994) 으로 정리해 놓았다.

또 『한국미술문화사논총』(서울신문사, 1949) 은 논문집이지만 시대순.장르별로 논문을 안배해 한국미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김원용의 『한국미술사』(범문사, 1968) 는 양식 변천과 흐름의 측면에서 시대적 특징을 살피고 있는 책으로, 국제적인 흐름과 독자적인 양식의 형성 등에 관해 보여주는 해방 이후 최초의 본격적 개설서다.

이 책은 그의 제자 안휘준과 함께 증보한 『신판 한국미술사』(서울대출판부, 1993) 로도 간행됐다.

김원용은 이외에 『한국미술소사』(삼성문화재단, 1973) 및 『한국고미술의 이해』(서울대출판부, 1980) 등의 저술도 있다.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학고재, 1994) 는 국립박물관에 40년 넘게 봉직한 저자가 현장에서 다방면에 걸쳐 명품을 접하고 그 감동을 진솔하고도 유려한 문체로 발표한 명문(名文) 을 주제별로 고른 것이다. 한국미술의 본질과 특징, 나아가 위상 등을 선명하게 전해준다.

'우리의 아름다움에 대한 도인' 으로 지칭되는 그의 글은 『최순우전집』(총 5권, 학고재, 1992) 으로도 만날 수 있다.

30명이 넘는 분야별 연구가가 함께 참여한 『한국미술사』(예술원, 1984) 는 왕조별 시대순에 의해 분야별로 서술한 것으로 1980년대 분야별 연구 업적을 두루 망라한 참신한 기획이 주목된다. 그러나 비매품으로 간행돼 구입이 어렵고 더 이상 개정판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한국의 문화유산』(한국문화재보호재단, 1997) 은 90년대 후반까지의 연구성과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77년부터 실시한 '박물관대학' 의 교재로 간행된 『전통문화』(한국박물관회, 1997) 는 개설서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열실별로 서술한 진열품 도록인 『국립중앙박물관』(통천문화사, 1996) 도 좋은 원색 도판과 고고미술사학계의 연구 성과가 정리된 점 등에서 개설서의 역할로 손색이 없다.

이원복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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