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에 침 뱉으라는 아버지 말에 모든 것 함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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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정책소통 블로그 ‘5천만 상상누리 소개 및 새누리피플(스마트 당원증)’ 앱 시연회가 열렸다. 황우여 대표(오른쪽에서 둘째)와 이혜훈 최고위원(오른쪽)이 스마트 당원증을 시연하는 동안 황영철 의원(왼쪽)이 이한구 원내대표에게 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0일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에 대해 “많은 평가가 있는데 당시 아버지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그렇게까지 하면서 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했다”며 “그 말 속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양한 평가가 있기 때문에 이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된다는 생각이다. 당시에 피해를 본 분들, 또 고초를 겪은 분들에 대해선 딸로서 제가 이렇게 사과를 드리고 우리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제가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후보는 5·16에 대해서도 “당시 상황을 봤을 때 내가 그때 지도자였다면 어떤 선택이나 판단을 했을까,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객관적으로 봐야 되지 않겠나”며 “앞으로 역사가 객관적으로 판단을 해나가지 않겠는가. 그건 역사의 몫이고 또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 내용은 5·16이나 유신 등 과거 문제에 대한 종전의 그의 입장과 변함이 없다. 다만 박 후보는 ‘홍사덕 전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유신은 1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필요했다는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건 그분의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신체제 시절 인혁당 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과하는 문제에 대해선 “그 부분은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 그래서 그 부분도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고 답을 한 번 한 적이 있다”고만 했다. 그는 ‘박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사람들이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끊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생각은 안 하느냐’는 질문에는 “15년 정치 하면서 나름대로 끊임없이 국민의 평가를 받아왔다”며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시대에 주어진 일·사명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답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과거사에 대한 입장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박 후보가 과거를 놓고 논쟁에 휩싸이기보다 정책과 비전, 미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같은 인터뷰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불출마 협박 논란에 대해 “친구 사이의 전화통화를 너무 침소봉대해서 그게 사찰이니 협박이니, 이렇게 공방을 벌이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것은 정치권에서 좋지 않은 것 아니냐. 이것도 구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어 “국민들 삶의 문제를 해결할 정책을 가지고 경쟁하는 대선이 돼야 하는데 자꾸 이런 식의 정치 공방, 네거티브 같은 게 중심이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더 이상 이런 문제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정치권이 좋은 정책으로 경쟁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그간 안 원장에 대해선 “(대선 출마가) 확정된 건 아니지 않느냐”며 말을 아껴왔다. 하지만 이날은 ‘구태’라는 표현까지 쓴 데 대해 박 후보 측의 대(對)안철수 전략이 공세적으로 바뀐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재벌 개혁에 대해서 일부에서 해체냐, 유지냐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데 나는 장점은 살리되 부정적인 면은 바로잡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박 후보 자택 공개도 검토

박 후보는 2030세대와의 교류를 위해 서울 삼성동 자택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박 후보가 조만간 삼성동 자택을 젊은 층에 공개하는 자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민 의원 주도의 젊은 층 참여 행사인 ‘빨간 파티’를 자택에서 열거나, 젊은 출입기자들을 자택에 초청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박 후보는 2007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를 자택으로 초청했었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 기독교총연합회 홍재철 목사, 한국교회연합 김요셉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목사 등 종교계 지도자를 예방했다. 당초 박 후보는 지난 3일 자승 총무원장을 면담한 뒤 이들을 만나려 했으나 국회 본회의 일정 때문에 연기했었다. 홍 목사를 만난 자리에서 박 후보는 “예수님께서 소금이 되라고 하셨는데, 저도 소금이 되는 역할을 해서 국민들께 좋은 선물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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