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오마이뉴스 박찬호 기사에 야구팬 흥분

중앙일보

입력

5월 30일자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 하나가 국내 야구팬들의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각 야구 관련 게시판이나 동호회 게시판에선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다양하게 올라오는 실정이다.

이유는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정복자?"라는 제목으로 재미 언론인에 의해 작성된 글이 국내의 '박찬호 열기'를 통렬히 비판한데 있다.

이렇게 보면 결국 미국과 미국인들에 대한 자기비하감이 박찬호라는 '영웅'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찬호 신화'는 호들갑 언론과 상업성에 절인 선정언론이 만들어낸 합작품 성격이 강한 것이다. (중략)

그렇다고 박찬호가 아무 것도 아니라거나 별볼일 없는 친구라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영웅도 정복자도 아닌 평범한 '직장인'으로 국민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또 그 덕에 한몫 톡톡히 보고 있는 '행운아'일 뿐이다.

엄밀히 따져 박찬호는 1승 1승 겨우 올리는 위태로운 투수일 뿐이다. 굳이 평가한다면 아직도 노련한 대형 메이저 리그 투수들에 비하면 2류급 투수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래도 이제 다저스는 그를 내보낼래야 내보낼 수가 없는 볼모상태가 된 것이다. 코리안들로부터 돈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어떻게 감히 이에 저항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이하 생략)

국내 야구팬들이 흥분하게 된 부분은 박찬호 선수를 1승 1승 겨우 올리는 '2류급 투수'로 언급한 구절이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현재 메이저리그의 A급 투수들인 그렉 매덕스(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마이크 햄튼(콜로라도 로키스) 등의 선수만 메이저 데뷔 7년만에 통산 70승을 달성한 점을 언급하며 '박찬호 2류 투수'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 박찬호는 2류 투수?

필자를 포함한 상당수의 야구팬들이 박찬호를 위대한 선수로 평가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고교 재학 시절 누구도 그를 눈여겨 본 야구인은 없었다. 공주고 재학시 팀의 에이스는 1년 선배 신재웅(한화), 동기생 손혁(해태)였고 당시 그는 투수보다는 야수로 더 많은 활약을 했었다.

본격적인 투수 수업은 한양대 진학부터 비롯된다. 그때의 박찬호는 150km의 빠른 볼로 처음 주목을 받았지만 미완의 대기였다. 연고지 구단인 빙그레 이글즈(현 한화)조차 그저그런 선수로 바라볼 뿐이었고.

1994년 LA 다저스와 계약을 체결했을때 국내 야구인들은 코웃음을 쳤다. 이름도 없는 그를 어떻게 다저스가 스카웃했는지 비웃을 뿐이었지만 3년 뒤 그는 10승 투수로 우뚝서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혹자는 미국의 선진 지도 기술이 그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는 절반만 옳은 이야기다. 현재 다저스로 코치연수를 떠난 김용수 (전 LG투수)는 모 스포츠신문 칼럼을 통해 현지 마이너리그의 생활상을 생생히 전달해주고 있는데 그는 이런 말을 언급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는 생각만큼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처음부터 빅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마이너리그에서 몇년을 고생해야 힘들 게 올라갈 수있다. 그것도 몇몇 혜택받은 선수의 경우다.대부분은 빅리그를 한번 밟아보지도 못하고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예가 태반이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올라선 박찬호 역시 2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이 정도면 엄청나게 빠른 편이다. (중략)

지금은 박찬호와 김병현만 빅리그에 있을 뿐 나머지 한국선수는 모두 마이너리그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이너리그에 있는 선수들의 실력이 한참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빅리그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빅리그는 꿈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실력과 노력이 곁들여져야 한다.

지금 그가 던지는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은 분명 미국 메이저리그가 키워 줬지만 이는 본인의 부단한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차이는 정말 백지 한장 차이이다.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활약중인 한국의 선수들을 살펴보자. 아마추어 시절의 명성만 놓고 보면 박찬호 이상의 이름 값을 하던 선수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몇년째 마이너 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곧 시카고 컵스에 입단할 유제국 선수(덕수정보고)도 이런 신세를 면하기 힘들 것이다.

▶ 운이 좋아서 투수를 한다?

운동 경기에선 운도 실력이다. 방어율이 나쁜데 승수를 손쉽게 쌓는 투수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의 경우도 있다. 왜 그럴까?

전자의 예를 보자. 이런 경우 물론 타선이 잘해서 승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투수들 중 상당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야수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경기 끝까지 타자들이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소위 맞춰 잡는 투수들이 이런 예가 많다) 지는 경기를 좋아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 1999년의 박찬호만 본다면 운이 좋은 선수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시즌의 성적, 경기 내용을 두눈으로 정확히 보았다면 이런 표현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해 18승(5위), 방어율 3.27(7위), 탈삼진 217개(2위)라는 결과를 운이라고 할 수 있나.

또 한가지. 운이 좋아 승수를 쌓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다 이긴 경기를 구원투수들의 난조로 놓친 경우도 우린 수 없이 접해 왔다. 이건 왜 언급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오마이뉴스의 해당 기사는 물론 국내 언론 특유의 냄비 근성, 고액의 중계권료 문제 등 박찬호 열기의 부정적인 면을 잘 꼬집어 낸 것도 없지 않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나 야구에 대한 이해나 애정 없이 주변인의 시각에서만 '박찬호'를 언급한 탓에 국내 야구팬들의 원성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스포츠를 평가절하하는 일부 지식인(을 자처하는 분)들의 시각과 맥을 함께하고 있지 않나?

▶ 스포츠경제학이 부당한 것인가 ?

그가 등판할 때마다 구장은 4-5천명 이상의 한국 교민들이 항상 찾아온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다저스 구단 역시 박찬호를 통한 입장수입 증대를 부인하지 않는다. 심지어 내년이면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되는 그를 탐내는 뉴욕 양키스나 뉴욕 메츠 역시 그의 실력과 함께 이부분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에서 그정도의 경제 논리가 적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자메이카, 멕시코 출신 선수들의 활약 역시 같은 동향 출신의 관중 몰이에 기여하고 있다.(새미 소사,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이 좋은 예이다)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은 고국 출신 선수들의 선전을 보며 기뻐하고 위안을 삼는다는 건 왜 간과를 했는지?

박찬호가 미국으로 온 건 단순히 LA지역 현지의 수요성 즉, 시장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것이 스포츠 계의 생존 원리이다. 단순 시장성때문에 박찬호가 지금까지 뛰고 있다는 건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메이저리거는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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