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상 받은 영화 ‘피에타’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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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어 ‘피에타’는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제작 보고회에서 “큰 전쟁부터 작은 일상의 범죄까지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공범이며 죄인이다. 누구도 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므로 신에게 자비를 바라는 뜻에서 ‘피에타’라고 영화 제목을 지었다”고 말했다. 제목에서부터 그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 악마성과 구원이라는 테마를 드러낸 셈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청계천 일대 사채업자 밑에서 무자비한 채권추심으로 악명을 떨치는 남자(이정진). 어느 날 그 앞에 엄마를 자처하는 한 여인(조민수)이 찾아온다. 평생 피붙이 없이 살아온 남자는 차츰 모성에 눈뜨게 되지만, 거기에는 끔찍한 비밀이 숨어 있다. 영화는 두 남녀 사이에 싹트는 혼돈과 충격적인 파국을 보여준다. 영화 전반부 신체 훼손이나 인육을 먹는 장면, 날짐승으로 음식을 만드는 장면 등 김기덕표 잔혹코드는 여전하다. 후반부 구원의 이미지는 초현실적이고 추상적이다. “현대사회에서 모든 문제는 돈 때문에 생긴다”는 감독의 말처럼 인간을 극단으로 내모는 자본주의의 극악함에 구원의 테마를 결합시켰다. 이정진의 연기가 평면적이고 반전이 예측 가능하다는 약점도 있다. 제작비가 1억 5000만원인 저예산 영화다.

 ‘피에타’는 영화제 초기부터 유력 수상 후보로 떠올랐다. 공식 상영 때 유럽 관객들 사이에 표 구하기 대란이 벌어질 정도였다. 레드카펫 행사 때는 팬들이 "김기덕”을 외치며 사인공세를 펼쳤다. “베니스를 뒤흔든 잔인하고 아름다운 영화” “초폭력적(ultra-violent)인 영화”(로이터통신)라는 평이 나왔다. ‘피에타’는 6일 국내 개봉됐으며 14일 이탈리아 전역에서 개봉된다. 이후 독일 개봉 예정이며 토론토 영화제, 시체스 판타스틱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영화제 기간 중 러시아·노르웨이등 20여 개국에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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