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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낮춰라" 듣자 日총리, 이대통령 찾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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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오른쪽)이 9일 오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 내 APEC 특별회의장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포옹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노다

독도와 과거사 문제로 험악해진 한·일 관계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갈등의 중재에 나서면서다.

 클린턴 장관은 9일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를 각각 만난 뒤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며 “온도를 낮추고 조화로운 방식으로 함께 노력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할 수 있고, 조용하고 절제된 접근법을 취하도록 (양국에)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발언을 계기로 미국의 중재 속에 한·일 갈등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 갈등을 불편하게 느낀 미국의 ‘입김’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정상회의 직후 노다 총리는 회의장을 나오는 이 대통령에게 다가가 선 채로 5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두 정상은 8일 회의장에서 만났을 땐 가볍게 악수만 하고 바로 옆자리에 앉은 채 서로 대화하지 않았다.

 두 정상의 접촉에 앞서 한·일 외교장관도 8일 저녁 APEC 공식 만찬 자리에서 약 5분 남짓 만나 “양국 간 상황을 가급적 조기에 진정시키기 위해 상호 냉정히 대응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은 회동에서 “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북한 문제와 경제·문화 분야에서도 계속 긴밀히 협력하면서 외교당국 간 긴밀한 의사소통도 유지해나가기로 했다. 이번 회동은 일본 측에서 먼저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클린턴 장관은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자신의 힘을 강화하는 모습을 주시하고 있다”며 “경제 변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외견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체적인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때보다 한·미·일 3국이 긴밀히 공조해 북한에 대응해야 한다.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박정하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도 “북핵 해결을 위해선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며 “한·미 관계의 기초가 튼튼하기 때문에 양국 협력 관계는 앞으로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석한 미 측 인사들은 최근 한·미 관계를 ‘황금기’라고 표현했다.

 이 대통령은 8일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노다 총리와 만났다. 이 대통령은 후 주석과 VIP라운지에서 5분간 비공식 회동을 했다. 둘 사이 회동은 지금껏 11번째, 올 들어 세 번째다. 현직에 있는 동안 마지막 회동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만나자마자 푸틴 대통령이 최근 두루미 복장을 하고 행글라이더에 올랐던 제스처를 취했다. 푸틴 대통령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50분간의 회담에서 두 정상은 “사증면제협정 협상을 조만간 개시하자”고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핵 문제 해결이 가스관 및 철도·전력 연결, 극동시베리아 개발 등 양국 경제협력 강화에 긴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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