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명 거주…서울 광희동은 ‘리틀 울란바토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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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태어난 담징 궁지트마(24·여). 무역학을 전공한 담징은 서울생활 1년째인 유학생으로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기숙사에 살고 있는 그는 한 달에 한 번은 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 ‘몽골 타운’(중구 광희동)을 찾는다.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몽골 음식점이 모두 여기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1990년대 후반부터 몽골인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해 현재는 국내 최대의 몽골인 타운이 형성된 곳이다.

이 동네엔 정통 몽골 음식점이 8곳이나 모여 있다. 담징은 식당 외에도 몽골인이 운영하는 미용실, 배송 업체 등을 이용하고 있다. 그는 “환전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고 향수를 달랠 수 있는 매장도 다 여기에 있다”며 “한국에 사는 몽골인이라면 꼭 들르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주말이나 휴일엔 고국 소식을 듣고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수도권 일대 몽골인들이 한꺼번에 몰려 ‘작은 울란바토르’로 변신한다.

동대문역사공원역 12번 출구를 돌아서면 나오는 뉴금호타워는 몽골 타운의 중심부다. 그래서 진짜 이름보다 ‘몽골 타워’라는 별칭이 더 알려져 있다. 10층 건물엔 노래방에서부터 카페, 여행사, 음식점, 통신사 대리점, 편의점, 옷가게가 들어서 있다. 모두 몽골 관련 업체다. 외관은 허름하지만 타향살이에 지친 재한 몽골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다.

5일 오후 몽골 타워 내 식당에서 만난 B(40)는 “한국에 온 지 7년이 넘었다”며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오기 전엔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했지만 이젠 기본적인 의사소통엔 큰 문제가 없다. B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형편이다.

그날 그날 직업 소개소로 들어오는 청소 일 등을 닥치는 대로 해 생활비를 번다. 최근엔 딸 둘과 부인까지 한국으로 오는 바람에 생활비 부담은 더욱 늘었다. 그는 “몽골에 있을 때보다 돈은 많이 벌고 있지만 물가가 비싸서 형편이 나아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딸들이 한국어를 익히고 교육을 받으면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딸들은 최근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재한 몽골인 학교에 입학했다. 이 학교는 99년 정규교육을 받기 힘든 몽골인 근로자의 자녀교육을 위해 세워진 초·중등학교다.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재한 몽골인은 약 3만 명(2010년 말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고용허가제를 통해 합법적으로 입국한 몽골 근로자는 약 1만 명 수준이다. 불법 체류자들은 제대로 된 임금을 받기 어렵다. B 같은 처지의 저임금 근로자가 속출하는 이유다.

하지만 담징과 같은 유학생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7년 한국에 온 몽골 유학생은 903명이었지만 2010년엔 2.5배로 증가해 2195명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주소지가 서울인 몽골인은 426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유학생이나 초빙 교수, 주재원 등이다.

한국과 몽골의 교류는 90년 수교 이래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다. 몽골을 연구하는 관련 학과가 있는 국내 대학은 단국대와 한국외대 두 곳뿐이다.

이 중 단국대 몽골학과는 수교 직후인 93년에 설립돼 20년간 몽골 관련 연구를 주도해 왔다. 몽골학과장을 지낸 이성규 인문과학대학장은 “초기엔 언어와 역사 분야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경제와 정치·고고학 등 다방면에서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학장은 “현재의 교류는 많지 않지만 몽골의 성장 가능성과 풍부한 자원, 정치 외교적인 가능성 때문에 관심도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단국대 몽골연구소에선 몽골어·한국어 사전 편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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