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한국 주력 7인 vs 패기의 중국 ‘90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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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세돌 9단(오른쪽)과 중국의 구리 9단의 대국에서 세계대회 본선 사상 유례없는 ‘4패’가 나와 무승부가 됐다. 두 기사는 무승부 직후 곧바로 재대국을 했고 구리가 승리했다. 하지만 이세돌 9단도 다음 날 장쉬 9단을 꺾고 16강에 합류했다. [사진 한게임]

베이징 캠핀스키호텔에 마련된 대국장엔 역대 우승자들의 거대한 사진이 높다랗게 걸려 있다. 1회 요다 노리모토, 2·3·4회 이창호, 5회 유창혁, 6·7회 조훈현, 8회 조치훈, 9·12·13회 이세돌, 10회 뤄시허, 11회 창하오, 14회 쿵제, 15회 구리, 16회 원성진. 일본의 빛이 요다에서 꺼지고, 한국의 영웅들이 잇따라 우승하고, 중국이 줄기차게 추격해 온 세계 바둑의 역사가 한눈에 보인다.

 4일 개막된 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우승 3억원, 총상금 8억원)의 주인공은 이름도 낯선 어린 기사들이다. 한국 1위이자 세계랭킹 1위 박정환 9단이 첫날 중국의 14세 소년 리친청 초단에게 진 것은 충격이었다. 그 후 2연승을 거둬 간신히 16강에 올랐지만 32강전이 그냥 토너먼트였다면 바로 탈락할 뻔했다. 한국은 단발머리 소녀 최정 2단(15)이 중국의 유명 신예 저우허시를 격파해 빚을 갚았다. 더블 일리미네이션으로 치르는 32강전은 4인 1조에서 2승을 하면 16강, 2패를 하면 탈락이다. 1승1패를 한 기사들은 6일 최종전을 치렀다. 한국은 32강전에 나섰던 12명 중 원성진 9단 한 명만이 2연승으로 16강에 올랐다. 이에 반해 중국은 천야오예(23), 구리(29), 스웨(21), 중원징(22), 퉈자시(21), 미위팅(16), 리친청 등 무려 7명이 올라 최근의 상승세를 확실히 보여 줬다(중국은 마지막 날 16세 판팅위가 합류, 모두 8명이 16강에 올랐고 이 중 6명이 1990년 이후 출생한 소위 ‘90 후’였다).

 그러나 부진했던 한국은 6일 괴력을 발휘해 ‘전승’을 거두며 열세를 일거에 만회한다. 1패를 당했던 이세돌 9단과 박정환 9단이 일본의 장쉬와 최정을 딛고 16강에 올랐고 강동윤 9단도 한국 킬러 장웨이제를 격파하고 16강에 합류했다. 백홍석 9단은 당이페이에게 반집 승, 최철한 9단은 중국의 리밍에게 불계승을 거뒀고 신예 안국현 3단마저 중국 2위 셰허를 잡아 원성진 9단까지 모두 7명이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 중국에 계속 밀리다가 모처럼 중국에 5전 5승을 거둔 놀라운 하루였다. 게다가 한국은 주력이 고스란히 살아남아 신예가 주축이 된 중국과 충분히 일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일본은 고마쓰 히데키 한 명.

 16강전은 10월 9일, 8강전은 10일 유성에서 열린다. 대진은 ▶이세돌 대 리친청 ▶최철한 대 미위팅 ▶박정환 대 중원징 ▶원성진 대 퉈자시 ▶강동윤 대 스웨 ▶백홍석 대 천야오예 ▶안국현 대 구리 ▶고마쓰 대 판팅위.

베이징=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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