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EU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 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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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신용등급 자체는 최고 등급인 ‘Aaa’를 유지했다. 그러나 전망이 하향 조정됨에 따라 유로 위기 대처 결과에 따라서는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여파로 4일 한국·중국·일본 증시가 하락했다.

 무디스는 이번 조치가 EU 예산의 45%를 차지하는 독일·프랑스·영국·네덜란드 등 4개국의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EU 내 핵심 국가들은 여전히 Aaa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아졌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이들 나라의 부정적 전망을 언급하면서 “EU의 신용도는 핵심 회원국의 신용도에 따라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EU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았다. EU 회원국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이에 따라 EU의 등급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무디스는 회원국들의 예산 기여도가 떨어지고 EU의 보수적 예산 관리 방식이 변화한다면 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디스는 지난 7월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 전망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독일·네덜란드·룩셈부르크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앞서 프랑스·오스트리아·영국도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았다.

 무디스의 EU 신용등급 전망 변경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유럽중앙은행(ECB)의 금융통화정책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CB는 6일 정책회의를 열고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회원국들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유럽증시는 ECB의 국채 매입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국채 매입이 불발되면 유로 위기 해결의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증시가 출렁이는 등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로선 낙관만 할 수는 없다. ECB 내 최대 지분 국가인 독일이 채권 매입을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하고 있으며 스페인도 구제금융 신청을 검토하는 등 불안 요인이 많다.

 스페인에서는 이날 안달루시아 주정부가 중앙정부에 구제 금융과 함께 우선적으로 10억 유로(13억 달러)의 유동성 제공을 요청했다.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는 안달루시아 주정부는 카탈루냐·발렌시아·무르시아에 이어 네 번째로 중앙정부에 손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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