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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도 끄덕없는 마이산 돌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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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 탑사 천지탑 뒷편 고목이 태풍 볼라벤에 부러진 모습

거센 태풍은 모든 것을 집어 삼킬듯 했다. 몸을 가누기 힘든 바람에 지붕이 잇따라 날아가고, 큰 가로수ㆍ전신주도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하지만 손바닥만한 돌맹이 수만개를 쌓아 올려 만든 돌탑은 끄덕 없었다.

전북 진안군에 있는 마이산 탑사 얘기다. 마이산 탑사에는 돌탑 80여기가 있다.지난달 27~28일 한반도를 덥친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이 지역에는 초속 20~40m가 넘는 강풍이 불어 제꼈다. 주변 수백그루의 나무들은 부러지거나 뿌리채 뽑혔지만 마이산 돌탑은 하나도 무너지지 않았다.

마이산 돌탑은 암ㆍ수 봉우리 사이의 계곡에 자리잡고 있다. 지형상 앞쪽이 넓고 뒤쪽은 좁아 돌풍이 거세차게 휘몰아치는 데도 돌탑은 바람에 조금씩 흔들릴 뿐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마이산 돌탑이 태풍을 이겨낸 것은 몸체인 탑신(塔身)의 돌멩이가 암마이산에서 가져온 ‘음돌’과 숫마이산이 나온 ‘양돌’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라고 주변에서는 말한다. 양돌ㆍ음돌이 서로 끌어 당기는 힘이 있는데다 이들 사이에 박힌 ‘샛돌’은 탑신이 바람에 흔들 릴때마다 함께 움직이면서 요동을 잡아준다는 것이다.

마이산 돌탑은 이갑룡 처사(1860∼1957)가 마이산으로 들어 와 1927년까지 30년간 쌓아 올렸다고 전해진다. 이 처사는 총 108기의 돌탑을 축조했으나, 이후 관광객 등의 손을 타면서 일부가 무너지고 현재는 80여기만 남아 았다.

마이산탑사의 주지인 청파진성 스님은 “거의 매년 빠짐없이 무서운 강풍이 폭우가 찾아 오는데도 돌탑이 쓰러지지 않고 80~90년을 끄덕없이 버티는 것은 부처님의 도움 덕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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