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비전] 썰렁한 亞클럽 대회 축구장

중앙일보

입력

"관중이 너무 없어요.

아시아 정상의 클럽들이 출전한 대회가 썰렁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네요. 한국이 월드컵을 개최하는 나라 맞습니까□"

지난 24일 수원공설운동장에서 만난 파젤리 H 레자는 흥분하면서 따지듯 물었다. 레자는 이란의 축구 스타인 마다비키아(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의 에이전트다.

같은 날 새벽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벌어진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발렌시아(스페인)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8만3천석의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유럽대륙에서는 웬만한 국가대항전보다 챔피언스리그나 UEFA컵 등이 더 인기가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유럽은 클럽 중심으로 축구가 발전해왔고 세계 최고의 스타들을 끌어모은 '올스타 팀' 과 같은 화려함과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도 챔피언스리그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최고 명문팀을 가리는 대회다. 아시아축구연맹 소속 국가별 정규리그 우승팀 및 전 대회 우승팀 등 25개국 26개팀이 출전했다.

우승하면 10만달러(약 1억2천만원)의 상금은 물론 아시안컵 위너스컵 우승팀과 아시안 슈퍼컵을 치르고, 여기서 이기면 세계클럽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을 얻는다.

세계클럽컵선수권대회 출전권만 획득해도 50만달러의 개런티가 주어지고 우승팀엔 6백만달러(약 72억원), 준우승팀엔 5백만달러, 3.4위팀엔 4백만.3백만달러가 지급된다.

그러나 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 준결승 두 경기가 열린 수원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만3천여명. 국내 리그 경기 때 수원 삼성의 평균 관중수보다 적었다.

한국 축구가 선진화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노력이 바로 클럽 중심의 축구 행정이다. 국내 10개 프로축구팀들은 한 해에 50억원에서 70억원 정도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적자를 보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아시아클럽컵과 같은 대회에서 우승, 세계클럽컵선수권대회에 나가는 것이다.

수원이 만약 세계클럽컵선수권대회에 출전만 한다면 모기업인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의 이미지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이제 한국 프로축구는 눈과 발을 세계로 돌려야 한다. 한국축구의 뼈대라고 볼 수 있는 프로팀들이 세계 무대에 진출해 세계 축구의 흐름에 빨리 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는 경기력 향상과 유럽.남미 축구에 대한 공포심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약이다.

축구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제3국에서 열리는데도 불구하고 수만명이 원정 응원을 했듯 수원팀을 성원하는 성숙한 축구문화를 조성해 달라는 점이다. 물론 축구행정가나 정부 지원 등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축구문화를 창출해 나가는 팬들의 의지임을 강조하고 싶다.

결승전에서 수원과 맞서는 주빌로 이와타는 지난 동부지역 4강전에서 수원을 3 - 0으로 이긴 강팀이고 모든 선수들이 전.현 일본 국가대표 출신들로 구성된 일본 최고팀이다. 결승전은 국가대항전인 한-일전 못지 않은 빅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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