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잠재적 화약고 난민 급증 몸살 앓는 시리아 주변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지난주에 4억 달러를 요청했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7억 달러가 필요하다. 한시가 급하다.”

 1일(현지시간) 요르단 정부와 유엔이 국제사회에 날린 SOS다. 돈은 시리아 접경 난민촌을 위한 것이다. 시리아 사태 후 인접국 요르단으로 유입된 난민은 지금까지 7만2000여 명. 특히 2주 전 시리아 정부군이 남부 다라 지방을 공습하면서 요르단행 난민이 급증했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1일 “하루 500명씩 유입되던 요르단 자타리 난민촌에 공습 이후 평균 2000명 이상이 밀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궁핍한 요르단 정부가 애가 탈 상황이다.

  레바논에도 지난 한 주간 동부 베카 계곡으로 2200여 명의 시리아 난민이 유입됐다. 시리아 제2도시 알레포에서 정부군과 시민군(FSA)의 교전이 치열해지면서 터키 유입 난민 숫자도 급증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시리아 탈출 난민은 공식적으로 22만여 명, 비공식적으로는 30만 명을 넘었다. 이들은 이라크·터키·레바논·요르단 등 접경국가로 밀려든다. 인도주의로 보면 난민을 수용해야 마땅하지만 이들 국가의 고민도 심각하다. 이른바 난민 스필오버(spill over) 효과 때문이다. 스필오버 효과란 논물이 넘쳐 인근의 메마른 논에까지 혜택을 주듯 어떤 현상이 인접지역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말한다. 경제학에선 흔히 다른 요소의 생산성까지 높이는 것을 일컫지만 난민의 스필오버는 종종 주변국의 사회불안을 가중시킨다.

 가장 우려되는 게 새로운 분쟁을 촉발시킬 가능성이다. 시리아 난민 때문에 가장 긴장하는 나라는 터키다. 현재 8만 명을 수용하고 있는 터키는 추가로 4만 명을 들일 수 있는 난민촌 6곳을 마련 중이다. 가급적 이들을 접경지역에 묶어두려는 것이다. 터키는 최근 시리아 내 쿠르드족이 동부 도시 4곳을 장악한 것을 주시하고 있다. 이들 세력이 확장되면 자국 내 쿠르드족의 자치 요구가 커질 수 있어서다.

 시리아 내 종교분쟁이 인접국으로 번질 수도 있다. 특히 시리아처럼 시아파가 실세인 레바논이 요주의 국가다. 대체로 수니파인 시리아 난민은 시민군을 지지하지만, 레바논 동부에는 중동지역 최대의 시아파 테러조직인 헤즈볼라가 자리잡고 있다.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시에선 지난주에도 수니-알라위(시아파의 분파) 간 총격전으로 2명이 숨졌다.

 난민촌이 반군의 후방기지화하는 문제도 있다. 주변국 난민촌에는 난민 수백 명이 번갈아 무장한 채 시민군에 합류했다가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수용 한도를 넘어서는 난민 캠프가 질병·범죄 및 식량·에너지 부족 등 문제를 인근 지역에 전파시킬 우려도 있다. 지난달 28일 자타리 난민촌에선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져 경찰 28명이 다치기도 했다.

 난민은 불법 이민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특히 터키에서 바닷길 10여 분 거리인 그리스가 고민이다. 유럽연합(EU) 국가인 그리스는 지난해에도 리비아·튀니지 등 ‘아랍의 봄’ 난민들이 터키를 거쳐 유럽 각국으로 퍼져가는 ‘뒷문’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도서지역 해안경비대의 경계가 최근 한층 높아졌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달 “(시리아 내전 자체보다) 내전의 스필오버가 미국이 이 지역에 가지는 이해관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