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리나·마술·웃음치료 … 모두 구청에서 배웠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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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부산진구청 11층 평생학습관 강의실에서 ‘숲과 원예치료사’ 과정 수강생 20여 명이 정말선(45)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송봉근 기자]

“수분이 적은 맥문동은 말라도 색이 덜 바래기 때문에 건조화에 사용하기 좋습니다.“

 지난달 31일 오후 부산진구청 11층 평생학습관 강의실. 꽃향기 가득한 강의실에서 ‘숲과 원예치료사’ 과정 수강생 20여 명이 정말선(45)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주로 40∼60대 여성인 수강생들은 2시간30분 동안 건조화(乾燥花)를 만들었다. 건조화는 오래 보관하거나 장식에 쓰기 위해 산 꽃을 그대로 말린 것이다.

 수강생 안진영(61·여·부산진구 가야동)씨는 “원예치료사 2급 자격을 따서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할동을 하고 싶다. 수강료 없이 재료비만 내고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곳에서 웃음치료사 1급과 파티플래너 등의 자격증을 땄다. 취미로 오카리나도 배웠다.

 부산지역 자치구가 운영하는 평생학습이 큰 인기다. 현재 16개 구 가운데 11곳이 평생학습관을 운영하며 모두 189개 강좌에 4980명이 다니고 있다. 유명 강사들이 알차고 다양한 강의를 하면서 웬만한 강의는 신청받자마자 마감될 정도다.

 연제구 평생학습관의 ‘아르미아카데미’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스타 강사가 출동한다. 19일 연제구민홀에서 열리는 제37차 강좌에는 개그맨 정종철이 ‘꿈꾸는 자가 돼라’는 제목으로 강의한다. 2007년 2월부터 거의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이 강좌에는 그동안 김홍신(소설가)·엄길청(경제전문가)·김병조(방송인)·손주은(메가스터디 대표) 같은 유명 강사가 다녀갔다.

 강의 내용도 다양하다. 연제구는 김찬주(동부산대 매직엔터테인먼트과) 교수를 초청해 마술 강의를 여는가 하면, 입시전문가를 초청해 고등학교와 대학 진학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부산진구의 전문가 과정에는 416명이 각종 자격증을 땄다. 이 가운데 50여 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평생학습의 인기로 강의실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산진구청은 15층인 청사의 10, 11층 을 리모델링해 강의실과 다목적홀·도서관 등 20여 개를 만들었다. 부산에서 청사 2개 층을 리모델링해 평생학습관으로 사용하는 곳은 드물다.

 청사가 비좁은 연제구는 민간 학습시설과 비정부기구(NGO) 등을 활용한다. 이마트·홈플러스의 강의실을 빌리고 ‘자연의 친구들’ 같은 NGO들이 온천천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연제구의 이러한 평생학습 방법은 전국 평생교육 관계관 연찬회 때 우수 사례로 발표된다.

 이학문 부산진구청 평생학습계장은 “평생학습관 운영으로 구민과 구청 사이에 거리감이 좁아져 악성 민원도 줄고 구민들이 관공서를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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