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10대산업 키우자] 5. 이베이의 생존 경쟁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http://www.ebay.com)는 전자상거래의 성공 비결을 알려주는 교과서로 통한다. 이베이의 경영전략은 인터넷의 이용 가치를 잘 이해한 비즈니스 모델과 글로벌화가 골자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전문지 'e - 코머스 타임스' 가 생존가능성이 가장 큰 사이트로 선정한 이베이의 경쟁력을 실리콘밸리 현지 취재를 통해 진단한다.

이베이 취재 길에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백인 택시 운전사는 "요즘은 벌이가 지난해 절반도 안된다" 며 푸념했다. 실리콘밸리에 들어선 닷컴 기업들의 경영난이 택시 영업까지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심장부인 새너제이시 해밀턴 거리에 있는 이베이 빌딩은 활기가 넘쳤다. 개인들의 중고품 거래를 경매 형식으로 중개해주는 이베이는 아마존 등 다른 유명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것과 달리 순이익을 내며 급성장하고 있다.

닷컴 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한 지난해 4분기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여섯배 늘어난 2천3백만달러(약 3백1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 인터넷의 특성을 이해한 사업모델=전문가들은 이베이의 성공 비결로 인터넷을 완벽히 이해하고 사업에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점을 우선 꼽는다.

이베이는 중고품을 사고 팔려는 사람들을 연결만 시켜주고 송금.배달 등 오프라인의 영역에는 끼어들지 않았다. 또 주말이면 동네 한곳에 장터를 열어 중고품을 사고 파는 미국의 소도시 문화를 인터넷에 적용한 것도 주효했다.

이 모델은 수수료(물건 대금의 약 6%)라는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으면서 광고.배달 등의 영업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이베이 휘트먼 사장은 "팔거나 사려는 사람이 수없이 많은 중고품 매매에는 인터넷만큼 쉽고 싼 수단이 없다" 고 말했다.

빌 코브 마케팅 부문 수석 부사장은 "커뮤니티와 상거래를 처음으로 직접 접목시켰다" 며 "물건을 직접 파는 아마존은 평균 20%대의 마진율을 올리지만, 이베이의 마진율(매출이익/매출액)은 80%가 넘는다" 고 말했다.

◇ 힘의 원천이 된 커뮤니티=최근 2~3년 사이 야후.아마존 등이 경매 사이트를 열었지만 이베이가 80%대의 시장점유율을 지키는 비결은 강력한 공동체 의식을 지닌 커뮤니티를 이뤘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버크 커뮤니티 담당 수석 매니저는 "이베이의 커뮤니티는 야후처럼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골동품 수집 등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로 시작돼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며 "회원들이 알아서 사이트를 주변 사람에게 소개하고, 게시판 등에서 안내원 역할을 맡는다" 고 전했다.

덕분에 이베이는 광고를 쏟아붓지 않고도 지난 5년 사이 2천2백만명의 회원을 모았고, 지금도 새 회원의 절반이 기존 회원의 추천으로 가입한다.

거래상 발생하는 사기 사고는 1백만건 중 25건(0.0025%)정도. 한번 신용을 잃으면 다시는 그 커뮤니티에 발을 붙이지 못하는 '소도시 문화' 가 사이버에서도 형성됐기 때문이다.

◇ 경영은 구(舊)경제식= "이베이는 인터넷 기업이지만 전통적인 경영 원칙을 철저히 따른다" 는 코브 부사장의 말처럼 보수적인 재무관리는 이베이의 또 다른 특징이다. 라지브 두타 재무 총책임자(CFO)는 "언제, 어떻게,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 확신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고 설명했다.

이베이는 올 초 국내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을 사들이는 등 독일.프랑스.일본.영국 등 9개국에 진출했다.

독일.프랑스에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일본에서는 기대에 훨씬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베이가 과연 각국의 문화적 차이.언어 장벽 등을 극복하고 미국에서처럼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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