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오리올스 역사 (3) - 길릭과 앤젤로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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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오리올스의 포스트시즌행은 다시 좌절됐지만, 칼 립켄 주니어라는 보물을 얻었기에 별로 아쉬울 것은 없었다. 메이저리그 최다연속출장기록(2,632경기)의 보유자이자, 온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립켄 덕분에 오리올스는 전국구 구단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립켄은 풀타임 첫 시즌이었던 1982년, 타율 .264 28홈런 · 93타점의 빼어난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듬해 립켄은 다시 가공할만한 공격력을 자랑하며 MVP를 수상했고, 오리올스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누르고 4년만에 동부지구 챔피언에 복귀했다.

서부 챔피언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4경기만에 제압한 오리올스는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1-2로 패하며 69 · 71 · 79년의 악몽을 되풀이하는 듯 했다. 그러나 오리올스는 나머지 네경기를 7실점으로 버틴 투수진의 호투 덕에 4승1패로 세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을 끝으로 오리올스는 쇠퇴하기 시작했다. 1984년에는 지구 5위로 추락했고, 1986년이 되자 더 내려갈 곳이 없었다. 이듬해 오리올스는 한계단 상승했지만 .414의 승률은 32년만에 최악이었다. 1988년에는 개막후 21연패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프랭크 로빈슨 감독이 정식으로 부임한 1989년부터 오리올스는 다시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구 우승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 보스턴 레드삭스 · 뉴욕 양키스가 나눠 가졌고, 오리올스는 항상 2 · 3위권에 머물렀다.

1996년 피터 앤젤로스 구단주는 중요한 결정을 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팻 길릭 단장을 빼온 것이다. 길릭은 데이비 존슨을 감독에 앉히는 것을 시작으로, 데이빗 웰스 · 켄트 머커 · 랜디 마이어스 · 로저 맥도웰 · B.J. 서호프 · 로베르토 알로마의 6명을 새로 영입하는 대대적인 개편을 했다.

오리올스는 뉴욕 양키스에 6경기 뒤진 동부지구 2위로 정규시즌을 마쳤지만, 타지구 2위팀들을 제치고 와일드카드를 획득했다. 에이스 마이크 무시나는 2년 연속 19승을 올렸으며, 스캇 에릭슨(13승)과 웰스(11승)가 그 뒤를 받혔다.

오리올스의 자랑은 리그 최고의 장타력이었다. 1번타자로 나서 50홈런을 날린 브래디 앤더슨을 비롯, 라파엘 팔메이로 · 바비 보니아 · 토드 질 · 알로마 · 립켄 · 서호프 등으로 구성된 타선은 257홈런으로 메이저리그 팀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디비전시리즈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제압한 오리올스는 리그 챔피언십에서 뉴욕 양키스를 만났다.

양키 스타디움에서의 1차전. 오리올스는 8회초까지 4-3으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운명의 8회말, 데릭 지터가 아만도 버티네스의 공을 우익수쪽 깊은 곳으로 날렸다.

우익수 토니 태라스코가 점프를 하려는 순간, 관중석에서 제프리 메이어라는 12세 소년이 공을 낚아 챘다. 그 장면을 보지 못한 심판진은 홈런을 선언했고, 결국 양키스는 11회말에 터진 버니 윌리엄스의 끝내기 홈런으로 1차전을 잡아냈다.

결정적인 오심에 의해 1차전을 놓친 오리올스는 웰스가 2차전을 잡아내며 분위기를 반전하는 듯 했으나, 양키스의 좌완 3인방 지미 키 · 케니 로저스 · 앤디 페티트를 당해내지 못하며 1승4패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1997년 오리올스는 양키스를 2경기차로 누르고 정정당당한 지구우승을 차지했지만, 리그 챔피언십에서 돌풍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월드시리즈행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97년을 끝으로 존슨 감독은 야인으로 돌아갔고, 98년 9월에는 길릭 단장이 노령을 이유로 은퇴하자 오리올스 내에는 피터 앤젤로스 구단주를 견제할 세력이 없어졌다.

'베테랑 중독증'에 걸린 앤젤로스와 그의 친구들은 구단을 마음대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신인선수로 교체해야 할 자리를 또 다른 베테랑을 영입해 메우기를 반복, 결국 오리올스는 빅리그에서 가장 노령화된 구단으로 변했다. 그리고 지난해 오리올스는 9년만에 하위그룹으로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오리올스는 팀재건을 시작했다. 그러나 오리올스의 키는 길릭과 같은 유능한 '선장' 대신 항해 경험이 전무한 '선주' 앤젤로스의 손에 쥐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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