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m 쓰나미·32만명 사망…" 日열도 패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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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서부에 걸쳐 거대 지진이 발생할 경우 최대 32만3000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일 정부의 공식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3·11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희생자(약 1만8800명)의 17배가 넘는 규모다. 대부분 일본 신문이 이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하는 등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보도가 나간 뒤 일본 각지에서 라면과 물 등 비상식량, 손전등과 건전지 등 대피에 필요한 물품들이 불티나듯 팔렸다.

 일본 ‘중앙방재회의’와 내각부 작업팀은 30일 나고야(名古屋)·시즈오카(靜岡) 등 중부지방 인근의 도카이(東海)지진, 간사이(關西)와 시코쿠(四國)지방의 도난카이(東南海)지진, 그리고 시코쿠에서 규슈(九州)지방에 이르는 난카이(南海)지진이 동시에 일어나는 ‘난카이 해구(海溝) 거대지진’이 발생할 경우의 피해 규모를 9년 만에 수정, 발표했다.

 9년 전인 2003년에 추정했던 최대 피해자 규모는 2만5000명. 당시에 비해 예상 사망자수는 13배로 늘어났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일본을 둘러싼 지진대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어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여러 패턴을 수치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동시 거대지진의 규모는 최대 9.1로 상정했다. 이 지진이 발생할 경우 진도 7 이상의 충격이 10개 광역지자체(현)에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높이 20m이상의 쓰나미(지진해일)가 예상되는 지역은 8개 광역지자체였다. 가장 높은 쓰나미 예상지역은 시코쿠의 고치(高知)현 구로시오초(黑潮町)로, 최대 34m로 전망됐다.

 최악의 피해는 지진이 겨울철 심야시간에 발생할 경우로 32만3000명의 희생자 중 71%인 23만 명은 쓰나미로 목숨을 잃을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희생자가 많은 지역은 시즈오카현으로 10만9000명이었으며, 도쿄는 1500명으로 예상됐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30년 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도카이 88% ▶도난카이 70% ▶난카이 60%로 제시하고 있다.

 시즈오카현의 하마오카(浜岡)원전이 최대 19m의 쓰나미가 덮치면서 침수될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적 손실도 40조~50조 엔(약 570조~720조원)에 달해 지난해 3·11 대지진 당시의 직접 피해액(16조9000억 엔)을 훨씬 웃돌 전망이다. 전문가 회의는 “적절한 피난 대책을 마련할 경우 사망자는 최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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