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빈, 예상보다 빨리 북상 … 서울 지날 때 초속 31m 강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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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벤에 의해 경남 사천시 신수도 앞 해상에서 선체가 두 동강 났던 7만7458t급 석탄운반선 선원들이 29일 해경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볼라벤은 29일 소멸됐지만 중국 선원 사망·실종 15명을 포함해 25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볼라벤에 이어 이제 14호 태풍 덴빈(TEMBIN)이 한반도로 접근하고 있다. 덴빈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북상해 30일 오후 9시 서울 남남동쪽 90㎞ 부근을 지날 예정이다. 이때도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31m(시속112㎞)에 이를 전망이어서 볼라벤 때 내륙에서 느낀 강풍에 뒤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야간에 통과하는 만큼 안전사고 등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처럼 이틀 사이에 ‘겹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태풍의 바다인 북서태평양에서는 드물지 않다. 7월 말에도 겹태풍 사올라·담레이가 있었다. 덴빈은 초강력 태풍인 볼라벤 탓에 대만 서쪽으로 1000㎞나 날려간 뒤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돈 다음 다시 북상하고 있다. 두 개의 태풍이 서로 합쳐지거나 밀어내는 ‘후지와라 효과’ 때문이다.

 문일주 제주대(해양산업경찰학) 교수는 “올여름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태풍 발생 해역에 열 축적이 많았고, 몬순 기압골이 통과하면서 거대한 대기 회전운동을 일으키는 등 태풍 발생을 부추기는 조건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겹태풍의 출몰 뒤에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킨 인류에 대한 대자연의 역습, 엄벌의 조짐이 숨겨져 있다. 겹태풍의 위력을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는 2009년 8월 7~9일 대만을 강타한 태풍 ‘모라꼿’이다. 모라꼿은 대만에 3000㎜의 폭우를 쏟았다. 물폭탄은 고니·에타우 등 다른 두 개의 태풍이 컨베이어 벨트처럼 모라꼿에 수증기를 계속 공급한 결과다. 이 태풍으로 대만에서만 653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전문가들은 겹태풍 외에도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수퍼 태풍’의 한반도 접근을 우려한다. 수퍼 태풍은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65m(시속 234㎞) 이상인 태풍을 가리킨다. 2003년 태풍 매미가 한반도에 도착했을 때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60m였고, 볼라벤은 51.9m(시속 186.5㎞)로 5위 수준이었다.

 수퍼 태풍을 걱정하는 것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 때문이다. 태풍 볼라벤이 세력을 잃지 않고 한반도로 접근한 것도 동중국해는 물론 한반도 주변 바닷물 온도가 예년보다 2~3도 높아서다.

◆후지와라 효과=일본인 기상학자 후지와라 사쿠헤이가 발견해 이름 붙인 태풍의 작용·반작용 효과. 두 개 이상의 태풍이 1200㎞ 이내로 가까워지면 서로 합쳐지기도 하고 서로 밀어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 태풍의 진로와 강도 예측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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