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줄줄이 원금 손실 위기 … 투자금 이달에만 1조 넘게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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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 사이에 현대중공업 관련 위험경보가 울렸다. 주가가 계속 곤두박질쳐 20만원대 초반까지 뚝 떨어지면서 이 종목을 담은 ELS가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40만~50만원대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장중에 연중 최저점인 21만2500원을 찍었고, 지금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대략 기준가격 38만원 이상일 때 현대중공업을 기초자산 삼아 발행한 ELS를 산 투자자는 만기 때 모두 원금 손실을 본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관련 투자금액은 6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32만원대 이상에 들어온 자금도 4000억원이 넘어 주가가 조금 더 빠지면 손실을 볼 수 있는 투자금액은 1조원으로 불어난다. 지난 4월 주가 급락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제기됐던 LG화학 관련 ELS 투자금액 3000억원보다 세 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LG화학과 현대중공업 모두 개별 종목으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고는 ELS에 가장 많이 편입된 종목들이다. 이 밖에 규모는 작지만 GS건설과 롯데쇼핑·효성 등을 담은 ELS도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대부분의 ELS는 주가가 기준가격(ELS 가입 당시의 주가)의 50~60% 수준 아래인 ‘녹인(knock-In·손실) 구간’에 진입한 채 만기 때까지 회복하지 못하면 원금 손실을 보는 구조다.

 본래 ELS는 투자 시점보다 40~50% 넘게 주가가 하락하지만 않으면 원금 플러스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이런 안전성과 수익성이 부각되면서 올 상반기엔 투자자가 ELS로만 몰렸다. 3월엔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코스피 지수가 1769.31포인트로 연중 저점을 찍으면서 많은 종목의 주가가 뚝 떨어지자 ELS에서도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자금이 지난달 3조4487억원에서 1조원 넘게 줄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조기 상환된 공모 ELS 금액은 6073억원으로 4월(1조4117억원)보다 절반 수준 밑으로 줄었다. 물론 조기 상환이 늦춰진다고 모두 손실을 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조기 상환 비율이 뚝 떨어지면서 폭발적으로 늘던 ELS 발행도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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