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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 경제토론… 할 말 다한 11시간 지상중계

중앙일보

입력

'밥먹는 데 한시간, 잠자는 데 다섯시간을 제외한 11시간의 마라톤 토론' .

여(민주당 5명.자민련 1명).야(한나라당 6명)의 경제 전문가와 정부 경제부처 장관(5명)들이 머리를 맞댄 1박2일의 합숙(19~20일) 경제토론회에 대해 참석자들은 "3자의 간판급 경제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논리와 사례가 한치도 양보없이 격렬히 충돌했다" 고 소개했다.

특히 진념(陳稔)경제부총리.홍재형(洪在馨)민주당 의원.김만제(金滿堤)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등 3자의 주장격인 이들 전.현직 경제부총리는 토론 분위기를 독려했다. 토론 내용 중 서로 의견이 맞은 부분은 민생경제 활성화 부분 정도였다.

19일 오후 3시30분 참석자들은 충남 천안의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에 모였다.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회의 시작 때 잠시 언론을 위해 공개를 했다.

참석자들은 "경제 문제만큼은 정략적으로 접근하지 말자" (丁世均기조위원장), "정부가 정직하게 말해달라" (한나라당 李相得의원)고 다짐했다. 다음은 민주.한나라당이 발표한 내용을 쟁점 사안별로 정리한 것.

◇ 재벌 정책

▶민주당=IMF 경제위기의 교훈은 재벌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무분별한 과다 차입과 문어발식 확장 경영, 정경유착에서 벗어나 깨끗하고 건전한 기업경영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기본 원칙엔 공감한다. 투명성이 확보되면 출자총액 제한.부채비율 같은 것은 원칙적으로 없애거나 대폭 완화하는 게 시장경제 질서에 맞는 것 아니냐.

▶민주.자민련〓시장경제라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일정한 규율과 원칙은 있어야 한다. '5+3의 대원칙' 을 토대로 부분적으로 (규제를)고쳐 나가야 한다.

▶한나라당〓결합재무제표나 사외이사 제도 강화를 통해 투명성을 강화하면 건전성 문제는 기업에 맡겨도 되는 것 아니냐.

▶민주당〓한나라당이 규제 완화를 주장하면서, 재벌 규제를 완화하면 기업 투자가 늘어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데 유감이다. 한나라당은 막연히 완화나 폐지를 주장하지 말고 구체적 사례를 갖고 얘기하라.

▶한나라당〓기업에 대한 낡은 규제는 풀되 '부(富)의 대물림' 을 막자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인데 '재벌 옹호론' 으로 모는 것은 잘못이다.

민주당은 '유감' '중소.벤처기업 중시' 대목을 "합의문에 포함하자" 고 강력히 주장했으나 한나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 공적자금

▶한나라당〓공적자금을 투입해 적잖은 은행이 정부가 대주주가 됐다. 정부 개입이 확대되는 게 시장경제라고 할 수 있나.

▶민주당〓공적자금은 기업의 엄청난 부실 때문에 투입된 것이다. 대우 하나만으로 28조원이라는 기업 부실을 가져왔다. 부실은 따지고 보면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 저지른 잘못 때문이다. 금융산업이 복원되지 않으면 경제는 마비될 수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이다.

▶정부〓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을 최대한 억제해 왔고 앞으로도 그런 기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논란 끝에 한나라당의 요구로 당초 합의문 초안엔 없던 대목(공적자금 투입 은행의 경우 조기 주식 매각을 통한 민영화 실현)이 추가됐다.

◇ 현대 처리 대책

한나라당은 "정부가 대북 사업을 하는 대가로 현대에 퍼주기식 특혜 지원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 며 '현대 특혜 의혹' 을 집중 제기했다. "현대 문제는 정부 지원만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安澤秀의원), "대북 경협도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한다" (이한구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토론회 후 참석자들은 "개별 기업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고 함구했다. 다만 이한구 의원은 "비공개를 전제로 정부로부터 향후 처리 방침을 들었다" 고 한 반면, 강운태 정조위원장은 "한나라당이 가졌던 의혹이 많이 가신 것 같다.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고 전했다.

◇ 장관들도 할 말 다했다〓특히 출자총액 제한 완화 및 폐지를 주장한 한나라당 의원들과 전윤철(田允喆)기획예산처 장관이 격론을 벌였다.

田장관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출자총액 제한제를 부활시켰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시장경제를 한다면서 그동안 뭘했느냐" 고 추궁하자 "그게 무슨 얘기냐. 지난 3년 동안 한 게 전부 그것이다" "규율과 원칙이 없는 시장경제가 어디 있느냐" 고 맞받아쳤다.

토론회 후 陳부총리측은 "야당 의원들의 협조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정책 운용에 탄력이 붙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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