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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바다서 에너지 빨아들여 8말9초에 오는 태풍이 더 사납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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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초강력 태풍인 제15호 볼라벤(BOLAVEN)이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고 있다. 기상청은 막대한 피해를 불러왔던 태풍 루사(2002년 9월 12일)와 매미(2003년 8월 31일)와 비슷한 위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릉에 하루 989㎜의 비를 쏟았던 루사는 5조1479억원, 거대한 크레인을 엿가락처럼 휘게 했던 매미는 4조2225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역대 피해 1, 2위 태풍이다.

 이들 태풍은 순간최대풍속도 손꼽힌다. 제주도를 지날 때 매미는 초속 60m(시속 216㎞), 루사는 초속 56.7m(시속 204㎞)였다. 볼라벤의 풍속이 초속 50m(시속 180㎞)에 이를 경우 역대 최대순간풍속 순위 5~6위에 해당된다. 지금까지 역대 순위 1~8위 태풍이 모두 8월 28일 이후에 한반도에 영향을 준 가을 태풍이다. 태풍은 보통 7~9월 한반도에 접근하지만 가을 태풍이 유난히 사나운 이유는 뭘까.

 기상청 이우진 예보국장은 27일 “기온과 달리 바닷물 온도가 한여름보다 초가을에 더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온이 높으면 해양으로부터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세력이 커지고 북상하는 동안에도 세력을 잃지 않는다.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수축하는 것도 이유가 된다.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한다. 한여름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완전히 덮고 있어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지지만 한반도 접근이 어렵다. 반면 초가을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해 동쪽으로 물러나면 한반도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강했던 8월 중순까지 태풍이 모두 중국 쪽으로 향했고 최근에야 한반도로 접근하고 있다.

 초가을 태풍 피해가 큰 것은 벼·과수 등의 수확을 앞둔 시기인 데다 강풍·폭우를 동반해서다. 최근의 가을장마 탓에 수분을 듬뿍 머금은 토양에 다시 폭우가 쏟아지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볼라벤과 14호 태풍 덴빈(TEMBIN)의 ‘겹태풍’이 몰고오는 피해가 우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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