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비상방류구는 승인된 것” 환경부 “평상시 방류는 위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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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호 10면

환경부 위탁을 받은 민간 항공감시단이 지난달 25일 묵현천과 북한강이 만나는 합류 지점을 찍은 사진이다. 두 강이 만나는 지점에 녹조류가 극심하게 번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원 안의 사진은 24일 합류지점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화도 푸른물센터 비상 방류구의 모습이다. 이승녕 기자항공감시단

24일 낮 12시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 푸른물센터. 남양주시 직속기관인 남양주 상하수도처리센터 산하 하수종말처리장이다. 하수처리장이라는 이름이 거북해 ‘푸른물센터’라는 산뜻한 이름을 쓰고 있다. 하지만 센터 앞을 흐르는 묵현천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가면 바로 불편한 진실과 마주친다. 푸른물 제2센터로 가는 다리의 상류 쪽에 자리 잡은 지름 1m 상당의 방류구에선 흙빛 물이 세차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악취가 나고 색깔이 거무스름한 오·폐수다. 남양주시와 환경부가 오·폐수 방류에 대한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기 시작한 지 5일이 지난 현재도 이 물은 묵현천을 따라 1㎞ 아래 북한강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 물은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인 팔당호로 연결된다.

남양주시 오·폐수 무단방류는 누구 책임?

이날 오전 남양주시청에서 만난 이석우 시장은 “(비밀 방류는) 상식적으로 생각도 할 수 없다. 억울하다”고 말했다. 남양주시의 기본 입장은 화도센터의 방류 방식이 다른 처리장의 운영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하수종말처리장은 처리해야 할 하수가 시설용량을 초과하면 흘려보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한 지역의 하수처리장을 설치할 때 처리해야 할 하수용량은 하수도 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환경부가 정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이후 운영·관리를 맡게 된다. 또 “비가 내리는 등 시설에서 처리할 수 있는 양 이상이 들어오면 미처리된 하수가 그대로 방류되도록 설계됐다”게 이 시장 설명이다. 이 시장은 “환경부나 한강유역환경청이 모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의 주장처럼 ‘비밀 방류’는 성립될 수 없으며 ‘비상 상황에서 월류(넘친 하수를 그대로 흘려보내는 것)가 일어난 것 뿐’이라는 말이다.

이 시장은 “2009년부터 현재 시설용량(4만3000t)으론 부족하니 1만9000t 늘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한강유역환경청에서 1000t 이상 증설은 안 된다고 해 우리가 취하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가 오면 열흘 가까이 그 영향이 간다. 이번에 흘러넘친 미처리 하수도 그 결과일 뿐 우리가 몰래 버린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오·폐수 방류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묻자 이 시장은 “이번에 일이 터지고 나서야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남양주시 상하수도관리센터는 독립적인 운영체계를 갖춘 곳으로 시장이 매일 얼마나 어떻게 처리되는지 보고받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오히려 한강유역환경청이 지속적으로 체크하기 때문에 더 잘 알고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언제가 ‘비상 상황인지’에 대한 질문엔 남양주시 누구도 속시원히 답변하지 못했다. “처리할 수 있는 용량 이상의 하수가 유입되면 자동으로 월류가 일어나 비상 방류구로 나간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날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한강유역환경청 직원들은 모두 말을 아꼈다. 관계자들은 “같은 공무원끼리 난처하다”며 말을 흐렸다. 이들은 “비상 방류구가 있는 사실은 알았지만 일상적으로 방류가 이뤄지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한강유역환경청이 관리하는 하수시설은 총 376곳이다. 이 중 500t 이상 시설은 135개에 달한다. 한강유역환경청은 500t 이상 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에 대해 매년 4회 조사를 하고 있다. 수질 자동측정 시스템을 구축한 화도센터의 경우 연 2회 정기조사를 하고 있다. 공공처리시설의 관리를 담당하는 수질총량관리과 담당자는 그동안 화도센터의 방류를 적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7월 말 가물었을 때도 무단 방류"
이상팔 한강유역환경청장은 “비가 많이 올 때 넘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비상 상황일 때의 얘기”라며 “7월 말 적발 당시엔 비가 한동안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도센터에서는 상당한 양의 미처리 하수가 나오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비상 상황이 아닌 평시에 무단방류가 일어나 한강유역환경청이 조사에 나섰다는 얘기다. 주무 관청인 한강유역환경청이 이 사실을 왜 여태 몰랐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청장은 “같은 공무원들이고 예산 들여 정부에서 하는 일인데 설마 그렇게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의심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민간 기업도 아니고 모두 예산으로 처리작업을 하는데 무단방류할 이유가 뭔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양주시의 처리용량 증설 요청을 한강유역환경청이 거부했다는 얘기도 엇갈린다. 이 청장은 “당시 남양주시는 증설 계획 근거로 2021년 인구가 82만 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자료에는 2020년 인구가 65만 명으로 나온다. 1년 새 이런 변화가 있을 수 있나. 이상하니까 근거를 대라, 보완하라고 했다. 그런데 남양주시가 보완하지 않고 자진 취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용량이 부족해 미처리 하수가 방류된다는 설명이 있었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사범에 대한 수사권이 있는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일부터 남양주시의 하수 방류를 수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환경부는 행정안전부의 협조를 얻어 남양주시에 대한 감사도 진행 중이다. 이번 방류의 위법성 여부나 무단방류된 양과 지속시기, 책임자가 누구인지 등은 수사와 감사가 끝나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이경천 환경감시단장은 “민간 시설의 무단배출 수사는 자주 했지만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처리시설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방류에 위법성이 있고 이런 일이 평상시에도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사 결과를 검찰에 송치해 관련자를 처벌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주시가 처리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이후 증설에 소홀했던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예산만 들어가는 관리·보수는 뒷전이고 개발에 도움이 되는 용량 늘리기에만 치중한 결과”라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한강유역환경청의 한 관계자는 “남양주시 정도의 인구(58만 명)면 하루 2만7000~3만t 용량이면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루 처리용량 4만3000t 인 화도 푸른물센터로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비가 안 올 때도 용량을 초과한 것은 하수를 모아 처리장으로 보내는 파이프(관거) 관리가 부실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파이프가 부실하면 빗물이나 하천수가 하수관에 스며들어 처리용량이 늘어난다.
환경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하수를 무단방류해 온 남양주시 잘못이 제일 크지만 지난해부터 발생한 북한강 겨울철 녹조 문제 등을 외면해 오다 뒤늦게 법석을 떠는 환경부의 무사안일도 지탄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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