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들 자폐·정신분열, 아버지 때문일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나이 많은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아이일수록 자폐증이나 정신분열증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늦둥이 아빠’가 자녀 자폐증의 원인일 수 있다는 의미다.

 아이슬란드의 유전자 검사 전문업체인 디코드제네틱스의 카리 스테판손 박사팀은 22일(현지시간) 발간된 과학전문잡지 네이처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이슬란드에서 자폐아 44명, 정신분열증 어린이 21명이 포함된 78가족, 2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령의 아버지가 변형된 유전자를 아이에게 전달하는 경향이 높았다고 밝혔다. 특히 남성의 경우 해마다 2개 이상의 새로운 돌연변이 유전자를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같은 유전자가 아이에게도 전이된다고 설명했다.

 스테판손 박사는 “놀랍게도 아버지의 나이가 변형된 유전자를 생성하는 중요한 원인이었다”며 “자폐증 등의 변형 유전자를 보유한 아이들 중 97%가 아버지의 나이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어머니의 나이가 많을수록 다운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종전의 주장을 뒤엎는다.

 연구팀은 난자와 달리 정자는 항상 생성되기 때문에 세포분열 횟수가 많고 그만큼 변이 가능성도 많다며 자폐증 아이와 엄마 간의 상관 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유전자가 변이된다고 해서 모두 건강에 나쁜 것은 아니며 그중 일부가 자폐증 등을 유발하는 변이로 이어진다고 스테판손 박사는 주장했다.

그는 “유전자 변이는 다양성을 초래해 인류 진화의 근간이 될 수도 있다”며 “고령의 아버지가 아이에겐 위험할 수 있지만 종(種)의 미래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